로펌 위에 삼성?… 소속변호사 줄줄이 옮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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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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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계 삼성發 지각변동

법조계에 삼성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대형 로펌의 젊고 유능한 변호사들이 삼성 그룹 사내(社內·in-house) 변호사로 속속 자리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보수적 성향의 법조계는 대형 로펌의 엘리트 변호사들이 그동안 ‘한 수 아래’로 여겼던 기업의 사내 변호사로 변신하는 일을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 대형 로펌 수준 연봉 받고 삼성행

31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국내 5대 로펌 중 한 곳인 A로펌에서는 지난해부터 10명가량의 변호사가 삼성그룹의 계열사 법무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사 출신 1명을 빼고는 대부분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곧바로 로펌에 들어온 경력 2∼5년차의 젊은 변호사들이었다.

국내 10위권 이내 로펌 상당수도 최근 2∼3년 소속 변호사 1, 2명씩을 삼성에 빼앗겼다. 이 중에는 스카우트가 아니라 삼성의 경력공채에 자발적으로 지원한 케이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사법연수원 성적에 따라 판·검사 임관 및 대형 로펌 취업이 정해져 ‘일자리의 위계’가 뚜렷한 분야다. A로펌 등 5위권 이내의 대형 로펌에 들어가려면 판·검사 임관이 가능한 졸업성적 300등 이내에 들어야 한다. 이 같은 법조계 관행에 비춰보면 A로펌 변호사들의 삼성행은 일종의 ‘역진(逆進)’인 셈이다.

젊은 변호사들이 이처럼 대거 삼성으로 이직한 것은 높은 연봉 수준을 유지하면서 더 나은 근무여건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경력 3년차 정도인 대형 로펌 변호사는 세후 연봉 1억2000만 원 안팎을 받는다. 성과급 비중이 큰 삼성의 급여와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삼성을 택한 변호사들은 기존 연봉과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펌에서 ‘어쏘(Associate)’라 불리는 주니어 변호사들은 파트너 변호사에게 매여 연일 야근을 해야 한다. 자기 생활은 꿈도 꾸지 못한다. 반면 사내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근무시간이 짧은 데다 로펌에 일감을 주는 ‘갑(甲)’의 위치라 영업에 대한 부담도 없다.

○ 사내 변호사 위상 달라지나


대형 로펌 변호사의 사내 변호사 이직은 아직까지는 삼성에만 국한된 현상이다. 다른 대기업의 사내 변호사 연봉이 삼성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이 같은 움직임은 차츰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소송전에서 보듯 글로벌 경쟁사와 사운(社運)을 건 법정다툼을 벌여야 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검증된 변호사를 영입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일찍이 이 같은 상황을 예견하고 “법무팀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법무실을 이끄는 김상균 사장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일하다 2004년 삼성에 스카우트됐다. 당시 법조계는 연수원 13기의 선두주자였던 김 사장의 이직을 충격으로 받아들였지만 이후 엘리트 법조인들이 잇따라 삼성으로 옮기면서 고위 판·검사 출신의 기업 이직은 점차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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