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문위, 중이온가속기 美와 협력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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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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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 혁신보다 연구가 중요”… 사실상 ‘美 가속기 표절’ 인정

중이온가속기 표절 의혹을 보도한 본보 5월 19일자 A1면.
중이온가속기 표절 의혹을 보도한 본보 5월 19일자 A1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의 핵심 실험시설인 한국형 중이온가속기(KoRIA)가 미국 미시간주립대의 최신 중이온가속기 ‘에프립(FRIB)’과 유사하다는 국제 자문 결과가 나왔다. 국제자문위원회는 6쪽가량의 최종보고서에서 “중이온가속기 구축 목적은 가속기 장치 기술의 혁신보다는 이를 활용한 독창적인 연구 수행에 있다”며 “KoRIA와 유사한 선형가속기를 사용하는 에프립을 협력 파트너로 삼으라”고 권고했다.

이는 5월 본보가 단독 보도한 ‘KoRIA가 에프립을 상당수 베꼈다’는 내용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본보 5월 19일자 A1·3면 참조
A1면 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 美설계 베꼈다

A3면 심사 참여한 해외학자 “차라리 외국것 사오는게 낫겠다”
A3면 ‘출처’ 안밝히고 도안-수치 그대로 쓰면 저작권 침해
A3면 2017년 완공예정 ‘FRIB’은

교육과학기술부는 자문위원회 권고안을 받아들여 향후 가속기 부품 등 가속기 자체를 독창적으로 설계하기보다는 가속기를 활용해 독창적인 연구를 수행하기로 했다.

교과부는 18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국제자문위원회를 총괄 진행한 최선호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는 “KoRIA 부품을 개발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니 국제협력을 통해 개발하거나 외국에서 사오는 옵션을 충분히 활용하라는 게 자문위의 공통된 의견”이라면서 “KoRIA의 선형가속기는 에프립을, 원형가속기는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이솔데(ISOLDE)나 캐나다 국립입자핵물리연구소의 ‘아이색(ISAC)’을 모델로 삼아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간 정부가 KoRIA의 독창성으로 ‘원형가속기와 선형가속기가 결합한 형태’라고 거론해온 데 대해 최 교수는 “쉽게 설명하느라 정확하지 않은 표현을 썼다”면서 “KoRIA의 독창성은 희귀동위원소를 만드는 방식 두 가지를 동시에 사용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은 자문위에서도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자문위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독창성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해야 할 기술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예산 4600억 원은 합당하다고 평가했지만 인건비(670억 원)와 예비비 등이 빠져 있어 향후 예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자문위 측은 밝혔다.

KoRIA는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해 올해 1월 말 기초설계(개념설계)가 완료됐으나 본보가 5월 ‘표절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업이 전격 중단됐다. 교과부는 6월 김영기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 부소장을 위원장으로 7명으로 구성된 국제자문위원회를 꾸려 기초설계 결과를 전면 재검토해왔다.

교과부는 11월 중이온가속기사업단장이 선정되면 이번 자문위 결과를 토대로 향후 추진 계획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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