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도권]“서울시 올들어 집행한 예산 11조는 위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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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9개월째 ‘재의’ 거부… 지방자치학회 “법 효력없어”
전문가 “보선전에 재의해야”

서울시의회가 9개월째 재의(再議)를 거부하고 있는 서울시 본예산(20조2304억 원)의 집행 자체가 위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재의를 요구한 예산안은 시의회의 심사 및 의결을 거쳐야 확정되는데도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올해 예산이 집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방자치학회 전기성 고문(전 서울시의회 입법 고문)은 10일 “시의회는 지난해 12월 30일 의결한 예산안이 법적 효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재의에 부쳐 확정한 게 아니므로 현재 집행되는 예산은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월 13일 “시의회가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금(695억 원) 등의 예산을 시장 동의 없이 증액·신설해 지방자치법을 위반했다”며 예산안을 다시 심사하도록 요구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시장은 의결된 예산안에 집행할 수 없는 경비가 포함돼 있다고 인정하면 20일 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제108조). 의회는 요구서가 도착한 날로부터 10일 내에 재의에 부쳐야 한다(시행령 제71조). 이때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전과 같이 의결되면 확정된다(제107조).

그러나 시의회는 “예산안 심의 및 확정은 의회 고유의 권한이고, 시의회를 통과한 예산안은 법적 효력을 갖고 있다”며 재의를 거부했다.

여기에는 서울시의회가 직권 공포한 무상급식 조례안도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재의가 부결되면 시의회가 초교 5, 6학년 무상급식을 위해 의결한 695억 원은 폐지된다. 재의결할 경우도 문제다. 기존 급식조례를 무효화하면서 올해 급식계획 근거도 없애 695억 원이 있어도 쓸 곳이 없는 조례안의 문제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본보 1월 6일자 A12면 서울시의회 의결 무상급식안 법적 하자…


행정안전부가 내린 유권 해석도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본보가 입수한 행안부의 ‘서울시 준예산 관련 질의답변’에 따르면 ‘지방자치법 제39조에서 예산안의 심의·확정을 지방의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재의 요구와는 별개로 의회가 의결한 예산은 유효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전 고문은 “제39조는 의회의 기능을 열거한 것일 뿐이고 재의 요구가 있을 때의 예산안 확정은 별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금까지 준예산 형식으로 집행했으나 법대로라면 준예산을 쓸 수 있는 기한은 1월 31일까지였다. 서울시는 2월 1일부터 10월 9일까지 11조6507억 원을 집행했다.

정세욱 명지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지금까지 집행된 예산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선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면서 “내년 예산안을 다음 달 11일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올해 예산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시의회는 새 시장이 당선되기 전에 예산안을 재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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