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 추진한 경전철 사업… 용인시, 결국 5000억 날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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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민원-부실공사 논란… “민간사업자에 5159억 지급”
국제중재법원, 판정결과 통보

경전철사업을 추진했던 경기 용인시가 500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민간 사업자에게 한꺼번에 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용인시의 과실이 드러날 경우 지급할 돈은 7600억 원에 이를 수도 있다. 용인시 1년 예산 1조5000억 원의 절반에 가까운 돈이다. 재정 규모와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벌인 ‘묻지 마 사업’의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본보 6월 1일자 A16면 참조
A16면 용인 前시장 등 3명 ‘경전철 청문회’


○ 용인시 재정 거덜 날 판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중재법원은 “용인시는 용인경전철㈜에 5159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정 결과를 4일 용인시에 통보했다. 이 가운데 4530억 원은 11일까지, 나머지 629억 원은 차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국제중재법원의 판정 결과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2005년 12월 공사가 시작된 용인경전철(총길이 18.4km)은 국비와 시비, 민간자본 등 7287억 원이 투입돼 지난해 6월 사실상 완공됐다. 그러나 용인시는 소음 민원과 부실공사를 주장하며 준공을 거부했다. 특히 당초 예상에 비해 수요가 작아 향후 30년간 용인시가 용인경전철㈜에 최대 2조 원가량을 적자보전용으로 지급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예산 낭비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용인경전철㈜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맞섰다. 급기야 올해 2월 국제중재법원에 “용인시가 아무런 근거 없이 경전철 준공과 개통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사업비와 금융비용 등 약 7600억 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중재를 신청했다.

국제중재법원의 판정 내용에 대해 용인시는 “사업비는 당연히 지급해야 할 돈”이라며 겉으로는 차분한 분위기다. 그러나 용인시 안팎에서는 “무리한 분쟁으로 부담을 안게 됐다”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비록 경전철사업이 전임 시장들의 정책이지만 매끄럽게 해결하지 못한 채 결국 민간 사업자에 끌려 다닌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당장 5000억 원이 넘는 돈을 마련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용인시는 지방채 발행이나 제3의 민간자본 유치 등을 검토 중이나 시간이나 여건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용인시는 당초 협약대로 용인경전철㈜에 경전철 운영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규수 용인시 도시사업소 경량전철과장은 “5000억 원을 한꺼번에 용인경전철㈜에 지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용인경전철㈜이 경전철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보물단지가 애물단지로

용인경전철은 계획 당시만 해도 인구가 급증하는 용인지역 교통난을 해결해 줄 ‘기대주’였다. 그러나 연계 교통망 건설이 지연되고 수요가 당초 예측보다 작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해 당선된 김학규 시장(민주당)은 “경전철이 개통되면 하루 2억 원의 운영 손실을 예산으로 물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용인=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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