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에 ‘뒷돈’ 대준 제일저축은행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30일 1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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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명의를 도용해 돈을 빼돌리는 등 비리 행각이 적발된 제일저축은행이 유흥업소에 1000억 원대 부실대출까지 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0일 전국 유흥업소 수십 곳에 2009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1546억원에 달하는 부실 대출을 해준 혐의(업무상 배임)로 제일저축은행 전무 유모(52)씨 등 임직원 8명과 대출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유흥업소 업주 93명, 브로커 1명 등 100여 명을 검거했다.

제일저축은행이 부실 대출을 해준 유흥업소는 '텐프로', '풀살롱' 등으로 불리는 고급 유흥주점 등을 포함해 전부 73곳에 달한다.

유흥업소 업주들은 종업원들이 선불로 돈을 빌려 쓴 뒤 만드는 속칭 '마이낑' 서류에 지급 금액을 허위로 작성해 받을 돈이 있는 것처럼 꾸미고 이를 담보로 운영자금 명목의 대출을 받았다.

몇몇 종업원은 선불금 서류에 적힌 금액 중 일부를 지급받기도 했지만 아예 한 푼도 받지 못하고 감당하지 못할 빚만 지게 된 경우도 있었다.

유흥업소에서 '마담'으로 일하는 김모(33·여)씨의 경우 업주에게 11억 상당의 선불금을 받은 것처럼 서류가 부풀려져 곤란을 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 유흥업소는 종업원 명의의 거짓 서류도 모자라 사채업자 윤모(58·여)씨를 모집책으로 고용해 급전이 필요한 가정주부, 학생 등을 모아 선불금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

제일저축은행 임직원들은 허위로 작성된 선불금 서류만을 담보로 대출 허가를 내준데다 유흥업소의 운영 현황과 금융기관 채무를 통한 변제 능력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업주의 진술만 들은 뒤 신용조사서를 작성했다.

상당수 업주는 대출받은 돈을 애초 명목이었던 운영자금으로 사용하지 않고 빚을 갚는 등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창업자금 명목으로 대출을 받은 39개 업소 중 10개는 1년도 안 돼 폐업했고 아예 영업한 사실조차 없는 곳도 5곳에 이른다.

제일저축은행의 부실 대출에 조직폭력배들도 몰려들었다. 양은이파, OB파, 중앙동파, 오거리파 등의 조직원들은 운영 중인 유흥업소 8곳을 이용해 총 224억 원을 대출받고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풀싸롱' 등 유흥업소 4곳을 운영하는 조직폭력배 김모(50)씨는 제일저축은행에서 무려 2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대출받기도 했다.

총체적 부실과 비리로 얼룩진 대출 과정에서 업주들은 제대로 빌려간 돈을 상환하지 못했으며 이는 고스란히 제일저축은행에 피해로 돌아왔다.

경찰 집계 결과 총 대출금 1546억 원 중 변제된 금액은 원금 325억 원 뿐이다. 유흥업소 30개는 이미 폐업했고 25개는 돈을 갚지 못해 연체 중이며 상환되지 않은 잔금은 1221억 원에 이른다.

유흥업소에 부실대출을 받을 수 있게 알선한 뒤 업주에게서 대출금 일부를 수수료로 받아 7억 원 상당을 챙긴 브로커 김모(56)씨도 적발됐다.

올해 하반기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은 이용준 행장 등 경영진이 고객 명의를 도용해 1400억 원을 불법대출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경찰은 이 행장과 은행 대주주들이 유흥업소에 대한 부실 대출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압력을 행사했는지, 부실 대출 대가로 은행 측이 금품을 수수했는지 등을 캐기 위해 검찰과 일정을 조율한 뒤 이 행장을 직접 조사할 예정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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