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한다고 남의 장사 망쳐도 되나요”… 도심 상인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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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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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청계광장 앞 입주상가, 24시간 집회 금속노조 고발

여성가족부가 입주해 있는 서울 중구 무교동 프리미어플레이스 건물 앞에 걸린 집회 측의 현수막. 금속노조는 성희롱 피해를 보고 해고당한 여성노동자들의 복직을 주장하며 6월 21일부터 이곳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여성가족부가 입주해 있는 서울 중구 무교동 프리미어플레이스 건물 앞에 걸린 집회 측의 현수막. 금속노조는 성희롱 피해를 보고 해고당한 여성노동자들의 복직을 주장하며 6월 21일부터 이곳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집회는 자유라도 피해를 주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소리 안 내고 어떻게 집회를 하나요.”

여성가족부가 입주해 있는 서울 청계광장 앞 프리미어플레이스 빌딩이 최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을 퇴거불응 및 주거침입죄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 이 빌딩에 함께 입주한 탐앤탐스와 배스킨라빈스, 한미리, 세븐일레븐 등 입주업체 6곳이 “시위대가 (빌딩 앞 보도에) 텐트를 치고 24시간 상주하며 소음을 유발하고 불법현수막으로 상가 입구를 가려 점포 매출이 하락했다”는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한 것. 금속노조는 성희롱 피해를 입고 해고당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여성노동자와 함께 6월 21일부터 이 빌딩에 입주한 여성부를 상대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청계광장, 서울광장 등 서울 도심 광장 인근의 노른자위 건물에 입주한 업체들이 일상처럼 이어지는 집회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야간옥외집회가 허용된 데다 최근 문화제 형태로 1박 2일간 이어지는 집회들이 늘면서 밤에도 소음에 시달려 매출 하락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피해로까지 이어지기 때문.

탐앤탐스 청계광장점은 집회가 시작된 6월 이후 매출이 20% 이상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점 관계자는 “커피숍은 여름이 성수기라 매출이 늘어야 하는데 6월 이전보다 오히려 줄었다”며 “시위대가 손님을 위해 비치해 둔 물통을 가지고 나가는가 하면 전기까지 매장에서 끌어 사용했다”고 말했다.

2층에 있는 한정식집 한미리 광화문점 역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20%가량 줄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업무계약을 맺거나 외국인에게 한국 음식을 소개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이 많은데 시위대의 고성에 놀라 나가거나 가격 할인을 요구하는 일이 잦다는 것. 매장 측은 “시위 목적만 전달하면 좋을 텐데 늘 마이크를 이용해 장시간 집회를 하니까 영업에 지장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건물 관리회사는 집회 주최 측에 피해보상 청구 및 접근금지 가처분신청도 고려 중이다.

성희롱 피해자를 대리해 집회를 열고 있는 금속노조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싶지만 용역직원들이 교대로 집회신고를 내버리는 탓에 할 수 없이 여성부 앞에서 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복직될 때까지는 시위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24시간 소규모 인원이 상주하고 있지만 소음을 유발하는 집회는 일주일에 한두차례에 불과하다”며 “커피숍에 비치된 물통을 가져가거나 매장 전기를 끌어 사용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광장 앞에 위치한 호텔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플라자호텔은 지난달 27일 1박 2일간 열린 4차 희망버스 행사 때 20개 이상 객실을 바꿔줘야 했다. 호텔 관계자는 “상당수 외국인 투숙객들이 소음에 잠을 자지 못해 항의했지만 방이 모자라 모두 바꿔주지 못했다”며 “대다수 외국인들이 도심에서 시위하면서 이렇게 큰 소리를 내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호텔은 수억 원을 들여 방음커튼 및 이중창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많이 묵는 인근 프레지던트호텔도 비슷한 상황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접수된 집회 및 시위 관련 민원 324건 중 273건이 소음 피해였다. 이 때문에 경찰은 최근 환경부와 함께 집회 및 시위 소음 측정 방식을 바꾸는 안을 협의 중이다. 현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5분간 2번씩 잰 평균소음이 주간 80dB 이상, 야간 70dB 이상인 경우에만 제재를 받는다. 경찰은 “평균치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수치를 잘 조절하면 얼마든지 처벌을 피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2004년 이후 소음 규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람이 29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 도쿄(東京)는 소음장치로부터 10m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평균치가 아닌 순간소음을 측정해 85dB 이상일 경우 처벌한다. 확성기도 사용할 수 없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미국 시카고의 규제 기준은 국내보다 낮은 55∼61dB이고 독일 역시 야간에는 최고 59dB로 제한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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