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토요일 경복궁 앞마당에서 세조와 사육신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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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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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11시 서울 경복궁 수정전 앞에서 세조와 성삼문, 박팽년으로 분장한 배우들이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17일 오전 11시 서울 경복궁 수정전 앞에서 세조와 성삼문, 박팽년으로 분장한 배우들이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나으리, 어찌 선대 왕의 뜻을 거스르고 그 자리에 앉았단 말이오. 이 몸은 오직 옛 임금의 말씀을 따를 뿐이오. 이제 지하에서 임금을 만나겠구나….”(성삼문)

“무엇이라? 나으리라니. 그렇다면 어찌하여 임금인 내가 내려준 녹봉은 꼬박꼬박 받아 갔단 말이더냐!”(세조)

“내 집에 가 보면 알곡 한 톨 틀리지 않고 그대로 쌓여있으니 모두 가져가시오, 나으리∼.”

사육신 성삼문이 반정을 일으키려다 적발돼 세조에게 직접 문초당하는 장면이다. 역사 속의 이 장면은 17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경복궁 수정전(修政殿)에서 실제 전문 배우들의 연기로 재연됐다. 서울문화재단은 매주 토요일 시내 각 고궁에서 역사 속의 한 장면을 연극으로 표현하는 ‘연극과 함께하는 역사탐방’을 개최하고 있다.

○ 역사의 한 컷을 직접 감상하다

목소리가 큰 배우들은 마이크 없이도 궁궐이 떠나갈 듯한 음성으로 당시를 재연했다. 세종의 뜻을 받들기 위해 단종의 복위가 정당하다는 성삼문, 박팽년의 주장은 결의에 차 있었다. 반면 세조는 두 충신의 주장에 격한 표정과 몸짓으로 분노했다. 사육신들은 변절자로 불리는 신숙주를 향해 비난을 퍼부으면서도 “백성이 편안하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조선 초기 집현전으로 사용됐던 수정전 앞에서 펼쳐진 이 장면을 보던 관객들은 성삼문이 형장으로 끌려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큰 박수를 보냈다. 15분여 동안 진행된 연극이 끝나자 이날의 해설자인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가 등장했다.

“박팽년은 당시 ‘집현전의 양심’이라는 별명이 있었답니다. 세조가 왕위에 오르자 분을 참지 못해 저기 보이는 경회루에 뛰어들었다는군요. 그때 성삼문이 단종을 복위시킬 기회를 보자면서 달랬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박 교수는 세조가 술자리를 만들어 신하들을 만나는 일이 세종 때의 10배에 달한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정통성 콤플렉스에 시달렸기 때문에 술기운을 빌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었다. 수첩을 들고 내용을 받아 적던 중년의 여성, 자녀의 손을 잡고 온 엄마와 아빠도 ‘아∼’라는 짧은 탄성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경회루와 대비들의 거처인 자경전, 임금의 침실인 강녕전, 집무 공간인 근정전을 거치며 세종대왕 시절 이곳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졌는지 설명이 이어졌다. 초등학생 두 자녀와 참여한 김정현 씨(37·여)는 “나도 재미있었고, 연극으로 보고 설명을 들으니 아이들도 정확하게 이해하는 듯했다”며 만족해했다.

○ 풍성해진 체험 문화 프로그램

서울문화재단은 9월 3일부터 11월 5일까지 매주 토요일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에서 역사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한글날을 앞둔 10월 8일에는 경복궁 수정전에서 한글 창제에 반대한 최만리와 세종의 갈등을 연기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10월 1일에는 창덕궁 낙선재 앞에서 헌종과 경빈 김씨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지연 서울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은 “역사의 한 장면이 실제 일어났던 고궁에서 배우들의 연기로 볼 수 있어 관람객들이 그 당시를 쉽게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는 9일부터 시작한 ‘서울문화예술탐방 베스트 10선’이 있다. 매주 금요일에 건축, 미술, 문학, 영화, 박물관 등 5개 분야의 명소를 직접 찾아가보는 행사다. 각 분야 전문가가 나와 함께 투어하며 설명해준다. 재단 홈페이지(www.sfac.or.kr)에서 탐방 일주일 전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접수하는데 선착순 35명만 참여할 수 있다. 역사 탐방은 현장을 찾아가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02-3290-7144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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