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력대란]‘예고된 人災’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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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낮고 발전설비 증설 못해… 전문가들 “작년부터 수급 비상”

예고된 재난이었다. 이미 올해 초 전력수요가 사상 최대로 치솟아 예비전력이 위험수위까지 떨어지는 등 대규모 정전사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7월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전력 전문가들도 이미 지난해부터 대규모 정전사태를 경고했다. 그런데도 수급(需給) 관리에 실패했다. 이근대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장은 “지금껏 정전이 없었던 게 오히려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원가에 못 미치는 전력요금으로 전력소비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1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0.580kWh의 전력을 사용한 반면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3배 큰 일본은 달러당 0.206kWh의 전력을 쓰는 데 그쳐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8월 1일부터 전력요금을 평균 4.9% 올렸지만 여전히 생산원가에 미달하는 수준이었다.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강력한 물가안정 대책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력요금에 민감한 국민정서를 고려한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소 3∼4년이 걸리는 화력발전소 건설공사 기간을 감안할 때 정부가 장기 계획에 따라 발전규모를 제때 늘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전소가 들어서기로 예정된 지역의 반발이 심해지자 이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영향도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원자력발전소 용지 선정이 한계에 부닥친 데다 신재생에너지의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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