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기업들 ‘내부고발 시스템 아웃소싱’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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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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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 목소리, 외부가 듣게하라”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서 그동안 자체적으로 운영해왔던 내부고발 시스템을 외부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문고’나 ‘신고포상금제’ 등 내부적으로 자정 노력을 했지만 조직 내 온정주의와 내부 고발자에 대한 신변 보호가 취약한 풍토 탓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이 같은 내부고발 시스템의 아웃소싱을 도입한 곳은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27곳에 이른다.

○ “내부 고발자 우리가 지킨다”

각 기관이 이 같은 아웃소싱을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제보자의 신원 보장 때문. 자체적으로 고발 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니 조직 내 상급자나 기관장이 제보자가 누구인지 암암리에 알아보는 경우가 많았다. 감사실 등 고발을 접수한 부서도 업무 이전에 상급자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보니 알음알음으로 제보자 신원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외부 독립적인 기관이 온라인상에서 익명 제보를 받은 뒤 그 내용을 해당 기관 감사 담당자에게 직접 전달할 경우 중간에 제보자 신원이 노출될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1970년대부터 이런 제도를 도입한 미국은 현재 내부고발 아웃소싱 회사 2곳에 마이크로소프트사와 하버드대 등 3400여 개의 기업과 관공서가 가입해 있고 일본도 500여 개 기관이 내부비리 관리를 외주 업체에 맡기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KBEI) 산하 ‘헬프라인’이 국내 첫 내부고발 대행 기관이다. 민간기업인 신세계가 2007년 첫 의뢰기관이 된 이후 고용노동부와 해양경찰청 등 정부기관과 서울시 경기도 부산시 경북도 등 지방자치단체,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을 포함해 현재 27곳이 헬프라인을 통해 내부고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신고 방법은 제보자가 헬프라인 홈페이지(www.kbei.org)에 접속해 해당 기관을 선택한 뒤 비리 내용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익명 보장을 위해 신고자는 회원 가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제보 내용이 부실할 경우 해당 기관 감사실 관계자가 문의사항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신고자는 본인 의사에 따라 추가 설명을 할 수 있다.

○ 아웃소싱 후 제보 봇물

내부고발 시스템을 외부에 위탁하면서 내부 비리 고발도 늘어나는 추세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우동 나루공원 환경 개선 공사를 하면서 나무 수천 그루를 부실 시공한 사실이 헬프라인을 통해 접수돼 감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업체로부터 직원들 회식비 명목으로 50만 원을 받은 담당 계장을 비롯해 직원 2명이 훈계를 받고 3명이 주의를 받았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직원 박모 씨가 근무시간에 외근 처리를 하고 대학원 강의를 수강한 사실이 발각돼 훈계 조치를 받았다. 또 일선 고교 학부모들이 수천만 원의 불법찬조금을 모금한 사실도 접수돼 찬조금 전액을 반환조치한 일도 있었다.

신고 건수도 늘고 있다. 부산교육청은 매년 1, 2건에 그쳤던 신고접수가 지난해 헬프라인 도입 후 38건으로 늘었다. 부산시도 지난해 제도 시행 후 헬프라인을 통해 12건의 고발이 접수됐다. 반면 같은 기간 시 감찰과에는 단 한 건의 제보도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내부 비리 접수 대행기관이 여전히 고객인 회원사 간부들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박종선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장은 “회원 기관에서 제보자를 알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적이 있지만 원천적으로 익명 제보이기 때문에 우리도 제보자 신상을 알 길이 없다”며 “익명보장이 안 되면 업무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만큼 신원보호는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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