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기관은 “왜 안쓰나” 무더기 제재… 농민들은 “문맹도 많은데”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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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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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가 영농일지를 어찌할꼬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총괄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영농일지 미작성이나 대필(代筆) 등의 이유로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무더기로 취소하자 농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은 “올 4월부터 이달까지 140일간 전남지역 친환경농가 9만여 곳을 대상으로 두 차례 실태조사를 벌여 영농일지를 1∼2년간 작성하지 않거나 대필을 한 농가 1713곳(8월 31일 기준)을 적발해 표시사용정지, 취소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올해 전국 친환경농산물 인증 표시사용정지나 취소 6000여 건에 3분의 1을 차지한다.

표시사용정지를 받은 농가들은 3개월간, 취소 농가들은 1년간 친환경농산물 인증마크를 쓸 수 없다. 또 영농일지 서류 심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전남지역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 5곳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가운데 이 지역 친환경농가 5000∼6000곳이 영농일지 문제로 주의나 경고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대필 진위 놓고 갈등

전국 친환경 농산물 인증농가들이 영농일지 하자로 각종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아직 정확한 집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국 친환경 농업 농가 52%가 분포한 전남지역은 영농일지를 둘러싼 행정처분 건수가 많다 보니 반발도 큰 상황이다.

갈등이 불거진 영농일지는 농민들이 1, 2년간 자신의 구체적인 친환경농업 실천방법을 기록한 것이다. 2001년 제정된 친환경육성법에는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을 때 인증기관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친환경농업이 작목반별로 이뤄지다 보니 전남지역의 한 작목반은 같은 내용의 영농일지 86개를 제출하기도 했다.

고령의 농민들이 많아 정부 제출서류인 영농일지 작성을 힘들어하면서 대필이 빈번하게 일어나 영농일지 내용의 진위가 양측 공방의 핵심이 되고 있는 것. 광주전남 농민회 측은 “고령 농민들을 대신해 작목반장 등이 영농일지를 대필해준 경우가 종종 있지만 행정처분을 받은 친환경농가 대부분이 실제로는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농관원 측은 “문맹이어서 영농일지를 대필한 경우나 친환경농업을 실천한 농가에 대해서는 주의나 경고 조치만을 했다”며 “영농일지 내용 자체가 허위일 경우에만 취소 처분 등을 했다”고 반박했다. 또 “일부 친환경 농자재 업자 등이 허위 영농일지를 작성해줘 실태조사를 하게 됐고 농민들보다는 업자들이 크게 반발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영농일지 필요성 공감

농민회나 농관원 양측 모두 한국 친환경농산물을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고 해외로 수출하는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영농일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회 등은 영농일지가 최소로 간소화되고 문맹 고령 농민을 위한 배려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관원 측은 이미 영농일지가 표준화 간소화됐고 과학적 영농, 명품 친환경농산물 생산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이 친환경농업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영농일지 충실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연수 전남대 친환경농업연구소장은 “하늘에 의존해 농사짓던 노인들이 영농일지를 작성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며 “명품 친환경농산물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영농일지에 대한 상호 이해와 협조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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