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주 암각화가 낙서판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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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국보 지정 이후 낙서 30여곳… 울산시 CCTV설치 등 뒷북 대책

선사시대 바위그림으로 국보 147호인 울산 울주군 천전리 각석이 관광객들에 의해 마구 훼손되고 있으나 보존대책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로 9.5m, 높이 2.7m인 천전리 각석은 신석기시대부터 신라 시대에 걸쳐 기하학적 문양과 동물, 명문(銘文) 등이 음각돼 있다.

○ 관리 소홀

이 암각화에서 최근 ‘11’이라는 숫자와 ‘이상○’라는 이름의 낙서가 발견됐다. 현장을 점검한 울산시 관계자는 “못이나 돌 등으로 올 5∼6월 새긴 것으로 추정되며, 청소년이나 관광객 장난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2003년 7월 계명대 한국선사미술연구소가 울산시에 제출한 ‘천전리 각석 실측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각석에는 ‘1975’ ‘1984’ ‘good time’ ‘손○○’ ‘○○청년회’ 등 국보 지정(1973년) 이후 새긴 것으로 보이는 낙서가 30여 곳에서 발견됐다.

천전리 각석이 ‘낙서판’으로 전락한 것은 문화재청과 울산시 관리 소홀 때문. 이곳을 24시간 개방한 데다 각석 앞에 설치된 철제 바리케이드도 쉽게 드나들 수 있다. 또 암각화 1m 앞에는 접근을 차단하는 보호봉이 설치돼 있지만 손만 뻗으면 쉽게 암각화를 만질 수 있다.

특히 문화재 관리인과 해설사가 각각 한 명씩 배치돼 있으나 각석에서 250여 m 떨어진 곳에 마련된 부스에서 주로 근무해 관광객들에 의한 훼손을 파악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암각화 앞에는 폐쇄회로(CC)TV조차 설치돼 있지 않다. 최근 낙서는 문화해설사가 올 7월 초 발견해 문화재 관리인에게 신고했으나 울주군에는 보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뒤늦은 대책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내년에 5억 원을 들여 천전리 각석에 CCTV 2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인근 반구대 암각화에도 CCTV가 설치된다. 문화재 관리인도 한 명 더 늘리고 근무시간도 오전 9시∼오후 6시에서 오전 6시∼오후 8시로 연장하기로 했다. 천전리 각석 개방시간도 관리인 근무시간으로 제한하고 관리인 근무 부스도 각석 바로 옆에 설치하기로 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바리케이드를 높이고 관광객들이 쉽게 접촉하지 못하도록 시설물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문화재청이 인공 구조물 설치를 반대해 무산됐다”며 “각석에 낙서한 사람을 찾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는 국가지정문화재를 손상하면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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