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이상 부자들, 재산 팔았다…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9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고액재산가를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제외하는 ‘개정 국민건강보험법’이 지난달 시행됐으나 고액재산가 10명 중 1명은 여전히 무임승차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을 팔거나 직장가입자로 전환해 건강보험료를 안 내는 등 제도를 빠져나간 방법은 여러 가지다.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9억 원 넘는 재산을 보유해 피부양자 자격을 잃을 뻔한 가입자는 1만9334명이었다. 그러나 법이 시행되자 이 가운데 1607명이 이의신청을 통해 ‘구제’됐다.

1607명 중 1250명은 자산이 9억 원이 되지 않았다.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최근 자산을 매각했거나 양도한 것. 자산을 처분하면 양도소득세를 물지만 피부양자 자격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건보료를 안 내도 된다.

339명은 직장가입자로 전환했다. 이 경우 직장에서 받는 월급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문다. 월급이 적게 책정되니 건보료도 낮게 책정된다. 제도 시행 전을 기준으로 9억 원 이상 고액재산가들이 매달 내고 있는 건보료는 평균 22만 원이다.

이 밖에 장애인 또는 국가유공 상이자 등록을 통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한 고액 자산가도 18명 있었다.

이에 따라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당초 고액재산가들이 직장가입자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보료를 내지 않는 폐단을 막겠다는 취지였으나 새 제도에도 ‘빠져나갈 구멍’은 여전했던 셈이다.

공단은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할 때 유일한 기준이 재산과표”라며 “가입자가 재산을 매각해버리면 우리로서는 무임승차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공단은 직장가입자로 전환한 경우에는 이름만 올려놓는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들 고액재산가의 상당수가 고정소득이 없다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들려온다. 재산은 많지만 고정 소득이 없어 건보료 납부가 사실상 큰 부담이라는 것. 편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