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접대 등 우회적 리베이트 530억 펑펑… 6개 제약사에 110억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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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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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버킷 의사’에 집중로비… 1000만원 쓰고 2억 챙겨

‘애드버킷(지지자)’으로 분류된 의사들은 미국 영화의 제목처럼 ‘데블스 애드버킷(The Devil’s Advocate)’이었다. 다만 영화에서는 성추행범인 의뢰인의 이익을 대변한 변호사가 주인공이지만 제약사의 리베이트 성향조사에서는 이들의 로비를 받고 의약품을 팔아준 의사가 주인공이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자사 의약품에 대한 의사들의 성향을 △지지자(Advocate) △충성스러운(Loyal) △사용자(User) △시도해본(Trial) △인식한(Aware) △비사용자(Un-user) 등 6개 그룹으로 분류해 관리했다. 자사 의약품의 처방량이 매우 많거나 우호적인 의사들은 ‘애드버킷’이었다.

제약사들은 이처럼 자사에 우호적인 의사들을 강사로 초빙해 호텔 등에서 2∼10명을 대상으로 형식적인 강연을 하게 한 다음 두둑한 강연료를 지급했다. A사는 2007년 8월 의사 4명이 강사로 참석한 일식집 강연회에서는 아예 강연 원고까지 만들어줬다. 의사들이 받은 강연료는 한 차례에 50만∼100만 원이었고, 제약사들은 강연료로 약 30개월 동안 108억 원을 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금이나 상품권이 아닌 식사 접대와 강연료 지급 등 우회적 수단으로 530억 원대의 리베이트(부당한 고객유인행위)를 제공한 6개 제약사에 과징금 110억 원을 부과했다고 4일 밝혔다. 제약사 6곳 중 5곳이 다국적 제약사였다. 제약사별 과징금은 △한국얀센 25억5700만 원 △한국노바티스 23억5300만 원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23억900만 원 △바이엘코리아 16억2900만 원 △한국아스트라제네카 15억1200만 원 △CJ제일제당 6억5500만 원이었다. 제약사들은 2006년 8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자사 의약품 처방을 늘리기 위해 병·의원과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유형별 리베이트 규모는 식사 접대와 회식비 지원이 349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런 향응은 의사 가족이나 병원 직원들에게도 제공했다. B사는 배우자를 초청한 이벤트에 1000만 원을 지원하고는 2억 원어치의 약품을 팔았다. C사는 병원 행정직원을 대상으로 식사를 접대했고, D사는 의료전문가 가족을 리조트로 초청해 엿새 동안 심포지엄을 열면서 1시간만 관련 영상을 보여주고 나머지 일정은 골프, 스파, 영화관람, 버블쇼, 물놀이 등으로 채웠다.

또 제약사들은 해외 학술대회와 국내 학회 같은 행사를 열어 자사에 우호적인 의사들에게 참가지원 명목으로 경비를 지급하는 데 44억 원을 썼다. 골프 라운드 비용을 대고, 양주 등 면세점 선물구입비까지 지급했다. 이 밖에 안전성, 유효성 시행 의무기간이 끝난 경우에도 ‘시판 후 조사(PMS)’ 명목으로 의사들에게 19억 원을 지원했다. 시판 후 조사는 약사법에 따라 신약의 시판 후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해야 하지만 일정 기간(4∼6년)이 지나면 의무가 아니다.

공정위는 2009년 초 이런 내용의 리베이트 제공 혐의를 포착하고 2년여의 분석기간을 거쳐 이날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이후 리베이트 관행이 겉으로는 사라진 것으로 보이지만 수면 아래서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준하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세계 굴지의 다국적 제약사들도 우리 제약업계의 그릇된 관행을 따라하고 있었다”며 “효능이 좋은 의약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지 못하는 등 리베이트의 부작용이 큰 만큼 지속적으로 리베이트 제공행위를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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