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근절운동 1년 반…]쑥 늘어난 미혼모들… 또 불붙는 낙태논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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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근절 운동 이후 미혼모가 늘면서 낙태를 금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다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박노준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낙태에 반대한다. 그러나 양육할 능력이 없는 여중생, 여고생이 미혼모가 되는 현상이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 시술로 돈을 벌어왔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낙태가 줄어든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 직접 보면 딱한 사정이 한둘이 아니다. 미혼모가 되면 당장 학교를 다닐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 회장은 “외국에서는 초기 8주 정도는 낙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낙태를 조장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피임 교육도 안 하고, 아이를 키워주지도 않는 사회에서 낙태만 하지 말라고 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반면 낙태 근절 운동을 제안한 최안나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진오비·gynob)’ 대변인은 미혼모가 많아지는 현상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고 출산을 장려하는 분위기로 받아들이는 것.

최 대변인은 “낙태를 금지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저출산으로 고민한다는 사회가 낙태를 허용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낙태를 못 하면 미혼모가 늘어나고 아이를 버린다고 하지만 낙태가 자유롭던 시절에도 영아 유기는 자주 일어났다. 미혼모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국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법적 문제도 지적했다. 낙태의 95%가 모자보건법상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는 현실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법이 불법을 유발한다는 뜻이다. 현행법상 산모에게 유전적 이상이 있으면 낙태를 허용하지만 태아에게 유전적 이상이 있으면 허용되지 않는다. 박 회장은 “태아가 무뇌아일지라도 낙태는 불법이다. 이런 아이는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사망한다. 산모는 열 달간 품고 지내던 아이와 이별하는 고통을 겪는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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