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보금자리’ 놓고 ‘싸움자리’ 된 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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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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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지구 지정 갈등

정부청사 이전으로 시끄럽던 경기 과천시가 이번에는 보금자리주택 지구지정을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대부분 아파트에 살고 있는 반대 주민들은 “밀실행정으로 보금자리 주택을 수용했다”며 시장 소환운동에 나섰다. 개발예정지의 찬성 주민들은 “기득권을 가진 아파트 주민들이 다수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보금자리 개발을 통해 농촌지역 주민들도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 지식정보타운→보금자리주택

인구 7만2000명의 과천시는 정부청사와 12개 단지의 아파트, 일부 단독주택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땅이 모두 개발제한구역인 산과 논밭이다. 과천시는 개발제한구역의 개발을 추진한 지 10여 년 만인 2009년 12월 갈현동 일대 127만4000m²(38만5000여 평)의 땅을 정부로부터 지식정보타운 조성구역으로 지정받았다. 과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모두 1조5000억 원의 사업비를 절반씩 분담해 아파트 4900채와 9만 평의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려고 했다. 그러나 자금난에 몰린 LH가 올해 1월 사업을 포기해 사업이 중단됐다. 숙원사업을 접어야 할 과천시는 국토해양부가 올해 2월 보금자리주택을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개발 면적을 조금 늘린 135만3000m²(약 40만9000평)에 아파트 9600채를 짓고 첨단산업단지 규모는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런 사실이 3개월 뒤인 올해 5월 국토부가 제5차 보금자리 예정지구 발표를 하면서 과천시민들에게 알려지자 반발이 시작됐다.

○ 여인국 시장 주민소환 될까

과천시는 아파트 12개 단지 중 현재 2개 단지만 재건축이 완료됐고, 나머지 10개 단지는 용적률 등의 문제로 재건축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청사 이전과 재건축 지연으로 불만이 쌓여 있던 아파트 주민들은 곧바로 보금자리반대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주민 1만1000명의 반대서명을 받는 등 보금자리주택 철회를 주장했다. 환경훼손과 교통난, 재건축 악영향과 집값 하락 등이 주된 이유다. 주민들은 이어 주민에게 한마디 없이 보금자리를 수용한 여인국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에도 나섰다. 지난달 12일 과천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주민소환 투표를 청구한 데 이어 같은 달 22일부터 서명을 받고 있다.

주민소환제는 주민들이 자치단체장을 직접 해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과천시의 경우 유권자인 5만4707명 가운데 15%인 8207명이 서명하면 주민투표가 실시되고,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하면 투표 결과가 유효하게 된다. 여인국시장주민소환운동본부는 현재 7000여 명이 서명을 마쳤으며 이달 중순경이면 서명인이 1만 명을 넘어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투표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구일 소환운동본부 대표는 “단순히 보금자리 반대뿐만 아니라 정부청사 이전에 따른 무대책, 재건축 지연으로 인한 주거환경 악화, 우정병원 정상화와 송전탑 지하화 등 지역 현안 해결의지 부족 등의 문제가 얽혀 있다”고 말했다.

○ 보금자리가 유일한 대안

40년간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개발예정지 주민들은 사업에 찬성하고 있다. 강성훈 보금자리주택지구대책위원장은 “반대 주민들은 환경 파괴 등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사실은 고층 재건축이 환경과 경관을 해치는 주범”이라며 “자기들 집값 하락만 우려하지 말고 소외된 이웃도 함께 살아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천시는 일단 지난달 초 보금자리주택 지구지정을 위한 절차를 보류해 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지식정보타운이 무산된 마당에 보금자리 주택은 과천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태도다. 박현수 과천시 도시개발1팀장은 “시 연간예산 2000억 원 중 45%가 과천경마장에서 나오는데 해마다 세수가 줄고 있다”며 “예산 편중과 불안을 해소하고 기업 유치가 가능한 보금자리가 현재로선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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