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2가지 특기 갖게 했더니 공부만 시키란 소리 쏙 들어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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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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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첫 자립형사립고 하나고 김진성 교장

서울 하나고 학생은 스포츠와 음악수업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입시와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라고 김진성 교장은 설명했다. 동아일보DB
서울 하나고 학생은 스포츠와 음악수업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입시와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라고 김진성 교장은 설명했다. 동아일보DB
“우수한 학생을 뽑아 공부만 시키면 좋은 대학에 많이 가는 게 당연하죠. 하나고는 입시 실적과 다양한 교육,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생각입니다.”

서울 최초의 자립형사립고(현 자율형사립고)로 작년에 개교한 하나고의 김진성 교장은 “우리 학교가 성공했다고 말하려면 입시 실적 이상의 결과가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나고는 처음부터 무계열 무학년제, 모든 학생이 스포츠와 음악 수업을 받아야 하는 1인 2기 같은 교육과정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목고를 제치고 서울에서 명문대를 가장 많이 보내는 고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김 교장은 “학생 수가 적은 편(한 학년에 200명)이라 숫자로는 1위가 아닐 수 있지만 비율로는 1위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간의 성과를 묻자 김 교장은 1인 2기 얘기부터 꺼냈다. 하나고 학생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후 4시에 정규수업이 끝나면 저녁식사 전까지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 이 시간에 오케스트라나 풍물패, 록 밴드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자기가 원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반대가 많았다. 그 시간에 공부를 시켜달라는 얘기였다. 입시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입시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겠다는 우리의 원칙을 학부모들에게 계속 설득해야 했다.”

학부모들의 불만은 첫 학기가 지난 뒤 개최한 음악회에서부터 잦아들기 시작했다. 김 교장은 “자녀들이 자신감 있게 연주하는 모습에 학부모도 감동했다. 올해 신입생부터는 당연히 악기를 연주해야 하는 학교라고 알고 들어온다. 1인 2기는 정착된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모든 교사가 담임을 맡도록 하면서 8개 반을 15개로 늘렸다. 그는 “기숙사 학교라서 상담기능이 중요하다. 한 학급에 13∼15명밖에 안 되니까 담임이 같이 밥을 먹고 생일파티를 하고 놀러 다니면서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전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학생들은 대학에서처럼 다양한 수준의 강의 중에서 원하는 내용을 골라 수강신청을 한다. 자기 수준에 맞춰 수업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높은 수준의 학생이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쉬운 강의를 선택하는 일이 생겼다.

김 교장은 “현 입시체제에서 학생들이 내신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를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며 “내신과 상관없는 방과후 수업에서는 높은 수준의 강의에 몰린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하나고는 학생 수준에 따라 수업 선택에 제한을 두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 묻자 그는 “1학년 때는 이과계열 진학 희망자가 많았는데 지금은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자율고들이 명문대 합격에 유리한 이과를 확대하는 것과는 반대 양상이다.

김 교장은 “학교가 입시 실적 때문에 학생의 진로를 유도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도와줄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나고 학생들은 8일부터 해외 명문고 학생 70여 명과 함께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지난해 참여했던 중국 런민대부속고, 일본 와세다대부속고뿐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의 고교생도 찾아와 경제협력을 주제로 나흘간 토론한다.

김 교장은 “학생들의 시각을 넓힐 수 있어 진로 계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이용우 인턴기자 동국대 법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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