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빗물 못 삼키고 도로에 뿜는 서울… 방재시스템 다시 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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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폭우… ‘아열대 맞춤 방재’ 필요… 하수관 확충, 예산 부담 커 ‘단계 실시’
저류시설 확보는 주민 반대가 걸림돌

27일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서울 도심의 피해가 어느 때보다 컸다. 강수량 자체가 기록적인 수준이었지만 도심 곳곳이 물에 잠겨 기능이 마비될 정도로 피해가 컸다. 최근 수년간 한반도에서 아열대 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집중호우가 이어지고 있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1일 발생한 호우 피해는 당시 서울시 배수시설의 허용치를 크게 넘어섰기 때문에 일어났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이날 서울 관악구에서 시간당 최대 113mm의 강수량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서울 곳곳에서 하수관이 감당할 수 있는 강수량을 넘어선 폭우가 쏟아졌다. 시가 처리할 수 있는 강수량은 지역별 평균 시간당 최대 75mm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폭우 피해 이후 서울시 하수관이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을 기존 10년(10년에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홍수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 빈도에서 30년 빈도로 높이라고 지시했다. 서울시는 현재 75억 원을 투자해 하수관로를 공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1970, 80년대에 지어져 노후한 하수관 교체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필요한 예산만 5조 원이 넘어 현실적으로 예산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서울시 물재생계획과 관계자는 “전체 1만 km 길이에 이르는 하수관 공사를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2013년까지 광화문 일대는 50년 빈도 수준으로 하수관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홍수 피해 대책을 전체 도시를 아울러 지구 단위로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김병식 수석연구원 “서울 내에서 배수시설과 빗물저장시설이 자치구마다 다른 기준으로 적용돼 설치된 것이 문제”라며 “도시 계획과 홍수 계획을 같이 세우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류시설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빗물 저장소나 녹지 공간을 늘릴 수 있는 공원, 학교 운동장 등이 부족해 빗물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적어 빗물이 도로를 점령했다는 분석이다. 주민들은 구내에 저류지를 건설하는 데 반대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일부 자치구에는 수해 방지 예산이 전혀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폭우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던 관악구 종로구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는 수해 방지 예산이 사실상 없다. 종로구는 시설을 유지 관리하는 예산으로 10억여 원을 편성했는데 이는 전체 구 예산의 0.5%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가 조성하는 저류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강병화 한국방재협회장은 “자치구가 자체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복지 예산에만 신경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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