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이버대생 25만명, 정치권 반값등록금 추진에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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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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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야독하며 힘들게 낸 세금으로 왜 고소득층 대학생까지 지원하나”

사이버대 학생들이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추진과 관련해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하면서 낸 세금으로 고소득층 대학생까지 지원하는 정책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공동 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국 20개 대학에 25만 명이 재학 중인 사이버대 학생들이 반값 등록금 문제에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온라인으로 대학교육을 하는 사이버대의 연합조직인 대한민국사이버대학교총학생회연합(한사련)은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추진에 대한 반대 성명을 이번 주에 발표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성명에는 “반값 등록금 정책과 관련해 대학 등록금 인하는 필요하지만 조건 없는 전면시행은 안 되며 현실에 비춰 볼 때 선별지원이 타당하다” “단순히 대학 등록금을 낮춰서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문제는 또 다른 사회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정치인들은 남발성 정치공략은 삼가라” 등의 내용을 포함할 예정이다.

한사련 의장을 맡고 있는 전 한국사이버대 총학생회장 우성욱 씨(42)는 “반값 등록금 시위에 나선 대학생들의 입장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정치인들이 이를 정략적인 목적에 이용하는 게 안타깝다”며 “우리가 주경야독해 내는 세금으로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 구분 없이 똑같이 반값 등록금을 적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우 씨는 올해 대학에 들어간 아들의 첫 등록금 600만 원가량을 낸 학부모이기도 하다.

20대에서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 분포의 사이버대 학생들은 대부분 고교 졸업 후 가정형편상 학업 시기를 놓쳐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사람들로 ‘주경야독’하는 직장인이 많다. 한국사이버대 최모 씨(33·여)는 소득세, 주민세 등을 내는 10년 차 직장인이다. 최 씨는 “사이버대학생들은 뒤늦게 학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오프라인 대학생보다 더 열정을 갖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데 사회적으로 인정도, 정부의 지원도 받지 못한다”며 “내가 낸 세금으로 오프라인 대학생들만 혜택을 본다는 것은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이버대를 다니고 있는 안모 씨(19)는 “대학에 들어가서도 공부를 안 하는 학생이 많다는데, 모든 학생에게 반값 등록금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일률적인 반값 등록금 추진에 속을 끓이는 학생들은 사이버대 학생뿐만이 아니다. 4년 장학금을 받기 위해 하향 지원한 대학생, 생활비가 더 드는 ‘서울시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지방에 남은 대학생들도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추진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A대학의 한 신설학과에 다니는 김모 씨(20)는 “비싼 대학등록금 때문에 하향 지원해 4년 전액 장학금을 받는 학과를 선택했는데, 세금으로 등록금을 낮춘다면 솔직히 기분이 안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이버대생들의 문제 제기에 공감한다”며 등록금 지원을 학생들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별화하되 대학 구조조정과 병행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쿠폰 형식으로 등록금을 지원하되 이를 쓸 수 있는 대학을 지정해 자연스럽게 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방안 △학교와 정부가 매칭펀드 형식으로 학교별 기금을 조성한 뒤 학생들의 학업성적과 생활수준에 따라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안 등의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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