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만 붙잡아도 “왜 체벌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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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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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금지 1년… 학교는 혼란스럽다

사례 하나. 서울 A고 교사는 지각이 잦은 3학년 학생에게 30분 일찍 등교하라고 했다가 학부모로부터 “교사가 학생에게는 일찍 등교하게 하고, 아빠에게는 일찍 태워 주느라 전날 술도 못 먹게 하는 벌을 내렸다”며 교육청에 민원을 넣겠다는 항의를 받았다.

사례 둘. 서울 B고 교사는 복도에서 괴성을 지르면서 뛰어가는 학생의 어깨를 붙잡았다가 “왜 체벌하나요”라며 똑바로 쳐다보는 학생을 보며 당황스럽고 아찔했다.

체벌이 금지된 뒤 1년간 학교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일선 교사들은 학생지도가 어려워졌다며 문제를 제기하지만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교권침해와는 관련이 없다며 간접체벌 허용에도 여전히 부정적이어서 학교현장의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학생지도 놓고 의견 엇갈려

곽 교육감은 지난해 7월 19일 “앞으로 어떤 종류의 체벌도 전면 금지한다. 손바닥을 한 대 때리거나 무릎을 꿇리는 일, 반성문을 쓰게 하는 것도 안 된다”고 밝혔다.

교육적 훈계까지 금지하자 일선 교사들은 학생지도가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잘못을 지적하면 교사에게 대들거나 약간의 신체 접촉만 있어도 “선생님이 체벌했다”며 교육청에 신고하는 사례도 생겼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4월 서울과 경기 교사 6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교사 10명 중 8명(78.5%)이 ‘수업 및 생활지도 과정에서 문제 학생 지도를 회피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C초등학교 교사는 “숙제를 해오지 않아 야단을 쳤더니 부모가 신고해 교육청에서 감사를 나왔다. 내가 다치니 학생들을 무관심하게 대하게 된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체벌금지는 진보성향 교원단체에서도 문제를 지적한다. 장석웅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취임 뒤 “곽 교육감이 교사들에게 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체벌금지를 도입해 교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최근 “체벌금지와 교권 붕괴의 인과관계에 동의하지 않는다. 체벌은 인성교육을 소홀히 하고 경쟁을 앞세운 교육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 학생인권조례로 체벌금지 유지될 듯

교육과학기술부는 3월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개정해 간접체벌은 학교에서 학칙으로 정하면 가능하다고 허용했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진보교육감들은 “체벌 금지 풍토가 자리를 잡는 중이다. 시행령이 개정됐어도 교육감의 인가권으로 학칙 개정을 막겠다”며 반대한다.

일선 학교는 교과부와 교육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교과부는 올해 안에 초중등교육법 8조를 개정해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폐지할 계획이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8년 11월에도 이런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냈으나 지금까지 통과하지 못했다. 간접체벌에 긍정적인 교육감들도 교육감의 권한을 축소하는 학칙 인가권 폐지에는 부정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아예 체벌금지를 담은 학생인권조례를 연내에 제정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10월 학생인권조례로 체벌을 금지했다.

곽 교육감도 체벌금지로 인한 학생지도의 어려움을 인식해서인지 취임 1주년을 앞둔 기자회견(지난달 28일)에서는 “체벌금지로 학생들이 수업을 방해하는 건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서울시의회와 교권보호 조례를 만드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교총은 “학교가 간접체벌을 할 수 있게 허용하고, 학부모 소환, 출석정지, 강제전학 등 문제 학생에 대한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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