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족, 둥지는 달라도 가까이 뭉쳐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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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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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 고령화로 1, 2인 가구가 3, 4인 가구 앞질렀지만…

민영란 씨(왼쪽 사진의 오른쪽)는 친정과 가까운 곳에 살면서 집안일로 어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외형은 핵가족이지만 내면은 대가족인 셈. 반면 토드 밸른 씨 부부는 부모에게 의존하는 일이 거의 없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토드 밸른 씨 제공
민영란 씨(왼쪽 사진의 오른쪽)는 친정과 가까운 곳에 살면서 집안일로 어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외형은 핵가족이지만 내면은 대가족인 셈. 반면 토드 밸른 씨 부부는 부모에게 의존하는 일이 거의 없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토드 밸른 씨 제공
가족의 모습이 달라졌다. 2인 가구(24.3%)와 1인 가구(23.9%)가 3인(21.3%) 및 4인 가구(22.5%)를 앞질렀다. 가구당 인원은 평균 2.69명. 통계청이 7일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다. 자녀가 독립하면서 노부부만 남거나 ‘나 홀로 가족’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가족의 외형이 변했지만 내용은 3대가 모여 살던 때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가족은 육아 등 돌봄 기능을 중요하게 여겨 둥지는 달라도 여전히 뭉쳐 산다. 도구적 대가족이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핵가족사회인 한국과 미국은 어떻게 다를까.

○ 한국 가족은 따로 살아도 매일 만나

윤현덕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43)과 민영란 씨(39) 부부는 딸 채영이(5)와 아들 준영이(3)를 키운다. 채영이가 태어난 뒤 신혼집을 정리하고 서울 성북구 정릉동 민 씨의 친정 옆으로 이사를 갔다.

윤 과장은 “지난해 어머니가 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장모님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출근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병실에서 삼형제가 교대로 밤을 새웠다. 둘째를 임신한 아내는 첫아이를 돌보며 거의 혼자 지냈다.

그의 장모는 매일 집에 들러 식사를 챙기고 손자를 돌봤다. 민 씨는 “건강할 때 자식을 도와야 나중에 엄마가 아플 때 돌봐주지 않겠느냐고 하신다. 친정 엄마가 아직도 쉴 틈이 없어 죄송스럽지만 그래도 가족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미국 가족은 정서적 유대가 중요

39세 동갑내기 토드, 캐런 밸른 씨 부부는 미네소타 주에 산다. 토드 씨는 3M의 연구원, 캐런 씨는 대학강사다. 이들 부부가 아들 그레고리(10)와 딸 스테퍼니(8)를 키운 이야기를 e메일로 들었다.

아이는 캐런 씨가 직접 키웠다. 그는 “산후조리 때부터 부모님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첫아이가 태어났을 때 친정 부모가 일주일, 이어 시댁 부모가 일주일 돌봐준 게 전부”라고 말했다.

학교 강의가 끝나고 집에 오면 아이들도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다. 갑자기 일이 생기면 일종의 동네 육아 공동체인 ‘이웃엄마’의 도움을 받는다.

비행기로 두 시간 거리에 사는 부모와는 일주일에 한 번 전화하고 1년에 한 번 정도 만난다. 양가 부모 모두 연금으로 생활하고 동네에 주치의가 있다. 토드 씨는 “집으로 모셔올 생각은 없다. 가족은 서로 돌봐주는 사람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가족의 부양 부담 덜어줘야

지난해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모가 가족이라는 사람은 2005년 92.8%에서 77.6%로, 배우자의 부모가 가족이라는 사람은 79.2%에서 50.5%로 줄었다.

하지만 갑자기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하는 대상은 가족이라는 응답이 모든 연령대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여전히 대가족처럼 서로 기대 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복지가 허술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실장은 “한국은 아직 돌봄 시스템이 덜 구축된 데다 연금도 부족하다. 부양 부담이 가족 간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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