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하철 1호선, 37년된 케이블이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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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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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이상된 전동차 268량 등… 서울 1~4호선 노후화 심각

낡은 케이블… 균열된 침목… 훼손된 교각… 개통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서울 지하철 1∼4호선 내에는 작은 스파크에도 불이 붙는 1호선 청량리역 내 오래된 케이블(왼쪽), 자갈이 마모돼 지지력이 떨어지면서 금이 간 선로 내 침목(가운데), 2호선 뚝섬역 교각에 생긴 균열 등 곳곳에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낡은 시설들이 방치돼 있다. 서울메트로 제공
낡은 케이블… 균열된 침목… 훼손된 교각… 개통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서울 지하철 1∼4호선 내에는 작은 스파크에도 불이 붙는 1호선 청량리역 내 오래된 케이블(왼쪽), 자갈이 마모돼 지지력이 떨어지면서 금이 간 선로 내 침목(가운데), 2호선 뚝섬역 교각에 생긴 균열 등 곳곳에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낡은 시설들이 방치돼 있다. 서울메트로 제공
“문제는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는 겁니다.”

5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지하). 승강장 끝에 있는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열고 아래로 내려가니 가늘고 굵은 검은색 케이블 다발 50개가 넝쿨처럼 뻗어 있었다. 이 케이블은 역 내 전기, 통신, 열차 신호 등을 제어하는 청량리역의 ‘신경망’ 역할을 한다. 그러나 수북하게 쌓인 먼지, 정리되지 않은 채 제각각으로 뻗은 모습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역 관계자는 “1974년 1호선 개통 때 설치돼 37년이나 된 케이블도 많다”며 “대부분 케이블이 절연체가 아니어서 작은 스파크에도 불이 옮겨붙을까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청량리역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승강장을 오가고 있었다.

○ 작은 스파크 하나로도 지하철 마비


신경망에 불이 붙으면 지하철은 ‘올 스톱’된다. 최근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일어난 신호장애 사고도 작은 스파크가 케이블에 옮겨붙으며 일어난 것이다. 불은 5분 만에 꺼졌지만 4호선 신호 시스템 제어장치 케이블이 불에 타면서 반나절 넘게 배차 간격이 들쭉날쭉해졌다. 그만큼 승객들의 불편도 커졌다.

현재 1∼4호선 내 20년 이상 된 신호 케이블은 총 935km에 달한다. 37년 된 케이블도 1호선 서울역∼청량리역 구간에 55km나 된다. 개통한 지 짧게는 26년(3, 4호선), 길게는 37년(1호선) 된 서울 지하철 1∼4호선. 집으로 치면 재건축을 해야 할 시기가 훨씬 지났다.

1∼4호선 노후화는 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행되고 있어 더 큰 문제다. 객차도 마찬가지다. 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송정동 군자차량기지에 있는 객차(1989년 생산)도 퇴역을 앞두고 있다. 전동차는 내구연한인 25년이 되면 폐기해야 한다. 추돈호 군자차량사업소 검수부장은 “20년 이상 된 열차는 늘어나는 냉난방 전기 사용량을 감당할 만큼 전력 공급을 할 수 없다”며 “과부하가 걸려 갑자기 열차가 멈출 수도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통계에 따르면 전체 1954량 중 46.9%인 916량이 16년에서 20년 사이 열차다. 21년 이상 된 것도 268량이나 됐다. 최근 5년(2006∼2010년) 동안 1∼4호선에서 일어난 안전사고는 총 120건으로 이 중 열차 문제로 발생한 사고가 36건으로 가장 많다. 공선용 서울메트로 기술본부장은 “설비나 장비가 구형이어서 부품을 못 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 자갈 선로도 시민 안전 위협


자갈 선로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떠올랐다. 자갈 궤도는 지하철 개통 당시 일반 철도와 동일하게 하기 위해 1∼4호선에 설치됐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자갈이 마모되면서 선로를 고정시키는 힘이 떨어져 선로가 휘어지고 침목에 금이 갔다. 자갈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역 내 공기를 탁하게 만든다. 현재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자갈 궤도를 콘크리트 궤도로 바꾸는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1∼4호선 내 자갈궤도는 여전히 57%나 된다.

시는 지난해 지하철 1∼4호선 노후화 개선 공사 계획을 수립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시가 책정한 예산은 약 1조3000억 원. 윤종장 서울시 교통정책관은 “그동안은 문제가 있는 곳만 보수해 왔지만 올해부터 2014년까지는 전면적으로 개선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메트로는 올해 하반기(7∼12월) 지하철 요금 인상을 통해 노후화 개선 사업비를 확보할 계획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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