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이번엔 ‘처방전 리필제’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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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개 품목 일반약 전환 신청… 시민들 “국민건강 뒷전”비판

대한약사회가 비만치료제 등 20가지 성분의 전문의약품 479개를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 달라는 신청서를 보건복지부에 20일 냈다. 479개 품목은 사후피임약(노레보원 등), 비만치료제(제니칼 등), 인공누액(히아레인 점안액 등), 위산제거제(잔탁 큐란 등)이다. 오남용 우려가 제기됐던 비아그라는 이번 신청서에서 빠졌다.

○ 약사회는 “안전”, 의협은 “부작용”

안전성을 이유로 감기약의 슈퍼 판매를 반대했던 약사회는 가장 먼저 사후피임약을 일반약으로 바꾸라고 요구했다.

사후피임약은 고용량의 호르몬제로 배란을 방해하거나 수정란의 착상을 차단해 임신을 막는다. 피임 성공률은 복용시간에 따라 85∼95%다.

의료계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은 호르몬 함량이 일반피임약의 10∼30배에 달해 생리과다 자궁외임신 등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약사회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신광식 약사회 보험이사는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주요국에서 일반약으로 구분돼 의사의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약을 먼저 추려냈다”며 “앞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보된 의약품 1200여 개에 대해서도 의약품 재분류 신청서를 내겠다”고 말했다.

○ ‘국민건강’ 한목소리 외치지만

의료계와 약계의 대립은 21일 열리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의약품 재분류 방안을 논의하면서 점차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약사회는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한약사회관에서 긴급 궐기대회를 열고 △의사 수가의 절반 삭감 △처방전 리필제와 성분명 처방의 즉각 실시 △선택 의원제 도입을 주장했다. 의사와 약사의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이슈가 줄줄이 터져 나온 셈이다.

만성질환자의 ‘처방전 리필제’는 처방전 하나로 추가 조제를 할 수 있는 제도다. 곧 감기로 병원을 방문한 뒤 같은 처방전으로 1, 2회 더 약을 살 수 있다. 소화제 진통제 등 성분으로 처방하는 성분명 처방제가 도입되면 환자는 싼 약을 고르거나 평소 먹던 약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원 방문 횟수가 줄어들 수 있고 약 처방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약사회의 주장에 대해 한동석 의협 대변인은 “국민을 설득해야지 왜 옆에 있는 의사들과 싸우려고 하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의료계와 약계의 강경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의약품 안전성을 고려한 전문가다운 논의보다 영역 다툼에 치중한 나머지 국민 건강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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