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이상해지는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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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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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평년보다 열흘가량 빨리 장마가 시작되면서 ‘한반도 장마패턴’이 점차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과거 한반도 장마는 보통 6월 말(20∼23일)에 시작돼 7월 21∼25일에 끝났다. 대체로 6월 말 장마 시작→7월 말 장마 종료→8월 불볕더위→9월 초 맑은 가을날씨의 기상 패턴을 보였다.

‘장마(rainy spell in summer)’란 6, 7월에 여러 날 동안 계속 비가 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여름철에 북상하면서 차가운 대륙고기압과 만나면 기압골 경계면에 장마전선이 생긴다. 장마전선은 6, 7월에 한반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비를 뿌리다가 7월 하순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북쪽으로 북상하면서 소멸된다. 따라서 이 이후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이런 패턴이 깨지고 장마가 끝난 후인 8, 9월 초까지도 장마 못지않은 많은 비가 내리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온난화로 지구 기온이 올라간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워진 공기는 그만큼 수증기를 많이 흡수한 채 상승해 구름이 된다. 이로 인해 8, 9월에도 언제든지 폭우를 내릴 수 있는 구름대가 한반도 위에 수시로 생긴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2000∼2010년 장마 기간 중부지방의 강수량과 장마 기간을 제외한 6∼9월 중부지방 강수량을 비교한 결과 장마철 외의 기간에 더 많은 비가 내린 경우가 11년 동안 7번이나 됐다. 지난해의 경우 장마 기간에 모두 237mm(중부지방 기준)의 비가 내렸지만 그 외 기간(6∼9월)에는 장마철보다 3배 많은 786mm의 비가 내렸다. 이 때문에 여름에 비가 많이 오는 기상현상을 ‘장마’라는 용어 대신 아열대 지방에서 나타나는 ‘우기(雨期)’라는 기후학적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후는 장기적으로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장마패턴이 바뀌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한반도 기후변화를 관찰한 후 용어 변경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부지방에 이어 서울 등 중부지방의 장마는 24, 25일경 시작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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