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몰래 쓴 무덤을 파 가시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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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박물관, 오늘부터 넉달간 ‘무덤송사’ 전시회

1869년 봄 전라도 광주에 살던 전의 이씨(全義 李氏) 후손들은 경기 고양 선산에서 몰래 쓴 남의 무덤을 발견했다. 이들은 지역 토호(土豪)인 김효길이 묘를 쓴 사실을 알고 이장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효길이 약속을 지키지 않자 1870년 고양군수에게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송사(訟事)가 4년 동안 이어졌다. 무덤 송사는 토지와 노비 때문에 벌어진 송사와 함께 조선의 3대 송사로 손꼽힐 만큼 잦은 사안이다. 좋은 묏자리를 쓰면 후손이 복을 받는다고 믿었던 풍수설이 유행해 묘를 둘러싼 다툼이 많았기 때문이다.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이원복)은 17일∼9월 18일 이런 이야기를 담은 관련 유물을 전시하는 ‘무덤송사―몰래 쓴 무덤을 파 가시오’전을 2층 유교문화실에서 연다. 이번 전시에는 이씨 후손이 흥선대원군에게 제출한 진정서, 경기도 관찰사에게 올린 청원서와 첩보, 무덤배치도 등 관련 유물을 선보인다. 김효길이 위조한 위임장과 매매증서 등 4년 동안 이어졌던 이 송사의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을 전시한다. 이들 유물에는 조상의 산소를 지키려고 했던 이씨 후손들의 눈물겨운 이야기도 담겨 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유물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유교 사회였던 조선시대 사회상도 이해할 수 있다. 062-570-7055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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