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감동한 ‘양자의 효도’

  • Array
  • 입력 2011년 5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A 씨(남)는 1950년대 중반부터 슬하에 아들 없이 딸만 일곱을 키우는 삼촌 부부를 모셨다. A 씨가 결혼한 뒤엔 A 씨의 아내 역시 싫은 소리 없이 친부모처럼 삼촌 부부를 봉양했다. A 씨는 38세가 되던 해 정식으로 삼촌의 양자(養子)로 입적했다.

이처럼 A 씨 부부는 농사를 짓거나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양부모가 돌아가실 때까지 50여 년간 병시중을 마다하지 않으며 모셨다. 양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약 20년간 지병을 앓았다. 양아버지는 수시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 2002년 100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A 씨 부부는 양아버지의 병 수발을 들고 병원비도 부담해야 했다. 1994년 돌아가신 양어머니도 3년 동안 치매를 앓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A 씨 부부는 친자식보다 더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세상을 떠난 양부모가 남긴 것은 모두 5억5000만 원 남짓한 경기 화성시의 선산과 주택, 논밭. A 씨와 7명의 양부모 친딸들은 이 재산에 대해 재산분할 협의를 따로 하지 않고 법정상속분대로 지분을 공유하는 내용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해놓았다.

그런데 2009년 A 씨가 73세로 세상을 떠나자 A 씨 유족과 친딸 및 친딸 유족 사이에 재산 분배로 갈등이 생겼다. A 씨 부인은 “남편이 평생 양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모셨던 데다 상속 재산을 유지하고 늘리는 데 특별히 이바지했기 때문에 기여분을 100%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양부모의 친딸 측이 동의하지 않자 결국 지난해 법원을 찾았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최재혁)는 “A 씨가 약 50년간 양부모와 함께 살며 부양한 데다 양부모가 각각 100세와 95세까지 생존한 점을 고려하면 A 씨 부부가 특별히 부양했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며 “유산에서 A 씨 기여분을 50%로 해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기여분 제도는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상속 재산의 유지나 증가에 기여한 경우 재산분할 과정에서 일정한 몫을 우선 확보해주는 것이다. 기여분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은 A 씨 유족과 친딸 및 친딸 유족이 각각 8분의 1씩 법정상속분대로 다시 나눈다.

법원 관계자는 “부양자가 장기간 부모와 동거하면서 생계유지 수준을 넘어 부모가 자신과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도록 돌봤으면 일반적 부양의무를 넘어선 ‘특별한 부양’으로 봐 상속재산에서 그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설명했다. 또 “기여분 인정 비율이 보통 20%를 넘지 않는 것을 감안할 때 50여 년간 양부모를 부양한 A 씨의 효도를 재판부가 법으로 크게 인정하고 보장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