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에서 초가살이 체험하세요”

  • Array
  • 입력 2011년 5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조천 돌문화공원에 마을조성
10만m² 43동 내달 일반 공개

작은 화산체인 오름 사이로 조선시대 제주의 초가 모습을 재현한 초가마을이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돌문화공원에 만들어졌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작은 화산체인 오름 사이로 조선시대 제주의 초가 모습을 재현한 초가마을이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돌문화공원에 만들어졌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오름(작은 화산체를 뜻하는 제주 방언)과 오름 사이로 초가마을이 고즈넉하게 자리 잡았다. 신록의 숲, 목장 등과 어울려 파도가 넘실대듯 매끄러운 곡선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다른 초가마을이나 관광지처럼 눈에 거슬리는 전신주나 시멘트길이 없다. 돌담길은 꾸불꾸불 이어졌다. 9일 찾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제주돌문화공원 내 초가마을의 첫인상이다.

돌담길로 접어들었다. 넓은 길에서 초가 정문까지 이어지는 ‘올레’를 만날 수 있다. 대문은 돌기둥에 길쭉한 나무를 얹어 놓는 ‘정낭’이다. 나무 3개가 얹혀 있으면 주인이 멀리 출타 중이고, 하나가 얹혀 있으면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인과의 소통 수단이자 소나 말의 집 안 침입을 막기 위함이다. 지금은 실생활에서 찾아보기 힘든 옛 화장실인 ‘통시’는 물론이고 외양간, 짚가리, 텃밭 등이 옛 모습 그대로 재현됐다.

제주 초가에는 바람을 견뎌내기 위한 건축 기술이 담겨 있다. 육지 초가와 달리 굴뚝이 없다. 세찬 바람에 굴뚝이 성할 날이 없기 때문이다. 부엌 아궁이는 방과 연결되지 않는다. 온돌용 아궁이가 따로 있다. 굴뚝이 없기에 연기가 지붕으로 스며든다. 연기는 잦은 비에 따른 초가의 습기를 효과적으로 없애준다. 초가 뼈대는 나무기둥으로 세운 뒤 굵은 화산석으로 벽을 쌓았다. 육지 토담집과 다른 돌담집이다. 지붕은 띠로 덮었다.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띠 밧줄로 바둑판처럼 촘촘히 얽어 놓았다.

이 초가마을 전체 면적은 10만 m²(약 3만 평)로 43동의 초가가 들어섰다. 마을과 집안의 무사안녕을 빌거나 굿을 하는 ‘할망당’도 재현됐다. 초가 해체 현장을 다니며 전통 초가 형태를 정립한 양상호 탐라대 교수가 초가 설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백운철 돌문화공원 총괄기획단장은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를 거치면서 왜곡된 초가가 아니라 조선시대 전통 초가의 원형을 보여준다”며 “건축 기술뿐만 아니라 안채와 바깥채를 나눠 세대가 독립생활을 한 제주의 풍습을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돌문화공원 측은 전통 초가마을을 다음 달 일반에 공개한다. 조선시대 제주 사람들이 직접 썼던 생활도구를 올해 말까지 초가에 배치해 전기, 수도, 통신 등 현대문명과 거리를 둔 ‘과거 회귀’ 체험공간으로 활용한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