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키워드가 있는 책읽기]왕실, 전통, 역사를 사랑하는 나라,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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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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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넘은 마차 탄 윌리엄-캐서린 부부


■ 이슈 따라잡기 ■ 영국의 전통, 품격이 그대로…‘21세기 로열웨딩’

‘1000년 된 교회, 110년 된 마차, 이를 지켜본 세계 20억 명의 사람들.’

지난달 29일 있었던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을 설명하는 표현입니다.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펼쳐진 결혼식은 마치 오래된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결혼식장이었던 사원은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이곳은 국왕 즉위식이 열리는 곳이자 아이작 뉴턴, 바이런, 윈스턴 처칠 등 영국 출신의 유명 과학자, 문학가, 정치인이 잠든 곳이기도 합니다. 신랑과 신부가 탄 110년 된 마차는 어떻고요. 동화 속 신데렐라의 호박마차가 현실에 등장한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이 결혼을 두고 세계인은 ‘세기의 결혼식’이라는 호칭을 붙였습니다. 전통과 품격이 살아있는 영국의 소프트파워를 보여주는 실례라고도 말하지요.

실제로 영국엔 수백, 수천 년이 된 건물과 성이 옛 모습 그대로 위용을 자랑합니다. 런던 시내 한복판에는 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거리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명문대로 꼽히는 케임브리지대의 역사는 800년이 넘습니다. 전통을 중시하는 민족성, 왕실과 국민이 공존하는 사회, 귀족이 존재하는 나라…. 알면 알수록 어떤 나라인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책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리수)에서 영국인이 중시하는 전통과 문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 책 속에서 키워드 찾기 ■

▷영국민이 왕실을 인정하는 이유는?



세기의 결혼식에 든 비용은 약 1억7000만 원. 경찰관 5000명 이상이 배치된 보안 비용은 최소 1100만 달러(약 117억 원)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결혼식으로 인한 경기 부양효과는 최대 1조7000억 원으로 예상하지만 결혼식 날이 공휴일로 지정됨에 따라 조업 중단에 따른 생산성 손실은 60억 파운드(약 10조7000억 원)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왕실의 재정은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됩니다. 왜 이 나라 사람들은 아무런 실속도 없는 왕실의 존재를 계속 인정하는 걸까요?

막상 영국에 와서 놀란 것은 왕실의 영향이며 의미를 따지기 전에 왕실의 어마어마한 화려함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영국 사람은 결코 잘살지 못한다. 평균의 영국인은 낡고 삐걱거리는 빅토리아풍의 하우스에 살면서 월급의 30% 이상을 세금으로 내고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빌린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며 10년 동안 같은 차를 탄다. 영국인들의 생활에 비해 하는 일도 뚜렷이 없는 왕실은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부자다. 우선 엘리자베스 여왕 소유의 성만 꼽아도 손가락이 모자란다. 여왕이 주중에 거주하는 런던의 버킹엄 궁, 주말의 거처인 런던 근교 윈저 성, 왕실이 매년 여름휴가 장소로 이용하는 스코틀랜드의 밸모럴 성, 스코틀랜드 왕실의 궁정이었던 홀리루드 성, 여왕 외의 왕족이 사는 세인트 제임스 궁, 찰스 왕세자의 거주지 켄싱턴 궁….

16세기의 엘리자베스 1세와 19세기의 빅토리아 여왕이 세계에 넘치는 영국의 국력을 과시하는 존재였듯이, 영국인들은 현재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영국의 전통과 힘, 권위의 상징으로 세계에 비치기를 바란다. 그 때문에 영연방과 그 외 나라들의 외교 순방은 여왕을 비롯한 왕족들의 주요한 임무이다. TV의 왕실 뉴스를 눈여겨보면 거의 언제나 왕족 중 한두 명이 해외에 나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묵은 군주제를 고이 간직하는 영국의 이미지는 다른 나라에 놀랍고도 신기하게 비칠 것이 분명하다. ‘영국은 뭐가 달라도 달라, 대단한 나라야’하는 생각, 그리고 영국과의 무역수지 호전이라는 수순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다.(79∼86쪽)

▷오래된 것을 사랑하는 나라


영국이 얼마나 세밀한 면까지 전통을 중요시하는지는 신부 캐서린의 웨딩 소품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결혼식 당일 썼던 티아라는 1936년에 제작된 것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이 그의 어머니에게서 18세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결혼식을 맞아 여왕이 신부에게 빌려준 것이지요. 손에 든 방패 모양의 부케는 1845년 빅토리아 여왕이 심은 나무에서 꺾은 가지로 만든 것이고요. 결혼식을 마친 신랑과 신부가 탄 마차는 1902년에 제작된 스테이트 랜도 마차입니다. TV, 태블릿PC, 스마트폰으로 결혼식 중계를 지켜본 약 20억 명의 세계인은 영국이 전통을 얼마나 중시하는 나라인지 다시금 확인했지요.

영국은 과거 속에 살고 있는 나라다. 영국처럼 방방곡곡마다 골동품 가게가 있고 도시마다 커다란 박물관이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드물 것이다. 웬만한 물건들은 대를 이어가면서 쓴다. 영국의 가정에서는 할머니가 시집올 때 가져온 손때 묻은 가구나 찻잔 등을 아직도 멀쩡하게 쓰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시골 마을의 펍에는 17세기에 만들었다는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다. 영국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간에 변화를 싫어한다.

영국 사람들의 변화에 대한 저항심은 가끔 뜻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참여한 단일 통화 ‘유로’에 영국은 가입하지 않았다. 영국 내에서도 유로 참여를 두고 찬반양론이 분분했지만 역시 영국 통화인 파운드를 포기할 수 없다는 감정론이 우세했다. 모든 제도와 관습의 변화를 거부하고, 하루 일과는 정해진 순서에 맞추어 돌아가며, 물건은 한 번 사면 망가지기 전까지, 아니 망가진 후에도 쓰는 영국 사람들의 습관은 외국인인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았다. 섬나라여서가 아닐까, 항상 꾸물꾸물하고 축축한 날씨 탓일까, 혹은 2차 대전 중 배급을 받던 내핍 생활이 아직도 몸에 밴 탓이리라 하고 나름대로 궁리해보았지만 뚜렷한 해답을 찾아내지는 못했다.(43∼47쪽)

▷민주주의의 원조인 나라에 존재하는 귀족

결혼식 직후 버킹엄궁은 “여왕이 오늘 윌리엄 왕세손에게 공작 칭호를 내렸다”면서 “윌리엄 왕세손의 칭호는 케임브리지 공작이 되고, 캐서린은 결혼하자마자 케임브리지 공작부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왕실 결혼식에서는 신랑이 결혼식 당일 최소 1개의 작위를 갖는 것이 전통으로 신부도 자연스럽게 작위를 받습니다. 영국은 의회 민주주의를 맨 처음 만든 나라죠. 그럼에도 아직도 ‘귀족’이라는 신분제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비록 전 국민의 1%에 불과하다지만 귀족들의 삶의 행태를 보면 영국이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인지에 약간의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명가의 자손으로 태어나면 학비만 1년에 3000만 원이 넘는 사립 기숙학교에 보내지고,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같은 명문대학에 진학하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귀족의 작위를 물려받고 상원의원이 된다. 허리띠 졸라매고 검소하게 사는 영국 국민들이 귀족들에게 좋은 시선을 보낼 리가 없다. 진보적인 신문인 ‘가디언’이나 ‘인디펜던트’지를 몇 번만 보면 영국 사람들이 귀족에게 얼마나 싸늘한 시선을 던지는지를 금방 느낄 수 있다. 단지 조상을 잘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정치에까지 관여하다니 현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이런 식의 기류가 신문기사의 저변에 좔좔좔 흘러내린다.(107∼114쪽)

■ 책 읽고 생각하기 ■

① 전통을 중시하고 지키고 노력하는 영국인의 모습의 장점과 단점을 각각 500자 이내로 서술하시오.

② 우리 조상의 삶에서 현대인이 지키길 바라는 전통 세 가지를 꼽고 그 이유를 설명하시오.

e메일로 글을 보내준 독자 중 다섯 분을 선정해 좋은 책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지난 기사와 자세한 설명은 ezstudy.co.kr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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