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크림빵? 속 꽉찬 소시지빵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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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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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매점②고교생, 2교시 후 쉬는 시간 매점간식 필수
여학생에겐 매점용 과자 인기 건강매점에선 과일·채소팔기도

(왼쪽)최근 과일 같은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건강매점이 교육현장에 확대 도입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른쪽)고교생들에겐 학교 매점에서 파는 소시지빵, 피자빵이 최고 인기 간식거리다. 매점용 과자도 불티나게 팔린다.
(왼쪽)최근 과일 같은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건강매점이 교육현장에 확대 도입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른쪽)고교생들에겐 학교 매점에서 파는 소시지빵, 피자빵이 최고 인기 간식거리다. 매점용 과자도 불티나게 팔린다.
《딩동댕∼. 지난달 28일 울산의 한 남자고등학교. 2교시를 마치고 10분의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다급하게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발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학생 수십 명이 밀물처럼 매점으로 밀려들었다. 각종 빵과 과자류, 음료, 아이스크림을 구비한 매점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발 디딜 틈 없이 학생들로 가득 찼다. 이 학교 3학년 최모 군(18)은 창구 건너 매점 아주머니에게 외쳤다. “칠리스콜 하나요!” 칠리스콜? 이름만 들어선 정체를 가늠할 수 없는 이 식품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칠리 소시지빵’과 일명 ‘스콜’(열대지방에서 나타나는 소나기를 뜻하는 말)로 통하는 파인애플맛 주스의 합성어에요. 우리 학교 매점계의 절대 강자죠. 빵에 뿌려진 칠리소스의 매콤한 맛과 주스의 달달한 맛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거든요. 아침을 못 먹고 와서 수업 내내 어찌나 배가 꼬르륵거리던지…. 늦게 오면 칠리스콜을 사수하지 못할까봐 필사적으로 달려왔어요!”(최 군)》
먹고 돌아서는 순간 배고픈 고교생들. 야간자율학습이 끝날 때까지 학교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는 이들에겐 간식거리를 파는 학교 매점이 그야말로 ‘구세주’다. 늦잠을 자서 아침을 거른 날엔 교실보다 매점에 먼저 들르는 건 기본. 출출함이 극에 달하는 2, 3교시 후 쉬는 시간이나 후식이 필요한 점심시간엔 매점이 특히 붐빈다.

학부모는 걱정이다. 수험생활 중인 자녀가 혹여 몸에 안 좋은 식품을 먹고 건강이라도 해칠까 우려되지만, 막상 간식거리까지 일일이 점검하기란 쉽지 않다. 고교생들, 간식으로 무얼 먹고 있을까?

◆소시지빵, 피자빵… 매점계의 베스트셀러!


매점 최고 인기메뉴는 단연 빵이다. 과자나 캔디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기 때문. 단순한 크림빵보다는 소시지, 햄 같은 고기 가공품이 들어간 소시지빵, 피자빵이 훨씬 인기가 많다. 가격은 약 700원에서 1000원 사이다.

특히 전자렌지가 구비된 매점에선 빵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올라간다. 학교 매점엔 보통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빵이 입고되는데, 차갑고 딱딱한 이 빵도 전자렌지에 1분가량 데우면 갓 구워낸 것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워진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최 군은 “매점에 전자렌지가 놓인 이후 초콜릿맛 빵을 즐겨 찾는다”면서 “빵을 데우면 하얗게 굳어 있는 아이싱(설탕이 주재료인 얇은 막)이 녹아들어 빵 속에 있는 초콜릿 시럽과 어우러져 엄청 맛있다”고 말했다.

한 끼 식사대용으로 충분하다보니 그날의 급식메뉴가 빵 판매량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급식 대신 빵으로 점심을 때우는 학생들 때문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매점장은 “급식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육류 반찬이 나오는 날엔 빵이 잘 안 팔리는 반면, 채소 위주의 반찬이 나온 날엔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난다”고 귀띔했다.

여학생 사이에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과자도 인기다. 서울의 한 고교 1학년 서모 양(16)은 일주일 용돈 8000원의 절반 이상을 매점 과자를 사먹는 데 쓴다. 가장 좋아하는 과자는 매점 과자계의 ‘스테디셀러’라 불리는 ‘나나콘’과 ‘자야’. 시중 마트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매점 전용’ 과자들이다.

서 양은 “시중에 판매되는 과자도 구비돼 있지만, 매점 전용 과자가 좀더 저렴할 뿐만 아니라 다소 자극적인 맛 때문인지 중독성이 있어 계속 찾게 된다”고 말했다.

◆건강매점… 과일·채소가 학교에!

학생들의 간식 구매 기준은 영양가보단 맛이 우선이다. 그러나 때론 학생들도 재료와 성분을 확인한다. 영양 측면에서 비교적 너그러운 학생들에게까지 ‘도저히 먹지 못할 식품’으로 낙인찍히는 제품도 종종 있다. 다음은 경기의 한 고교 2학년 이모 군(17)의 설명.

“지난해까지만 해도 갈비맛 고기가 들어간 햄버거 빵이 인기가 많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제품 봉지 뒷면에 있는 성분을 읽어보니 웬걸, ‘계두’라는 말이 적혀 있는 거예요. 닭 머리로 만들었다는 거잖아요. 왠지 찝찝했어요. 전교에 이 이야기가 퍼져 아무도 안 사먹으니까 더 이상 매점에 안 들어오더라고요.”

서울 이화여고 2학년 송모 양(17)은 허기가 지면 매점에서 과일을 사 먹는다. 사과, 파인애플, 토마토 같은 과채류가 플라스틱 곽에 담겨 1000∼1500원에 판매되는 것. 일반적인 학교 매점과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이곳은? 바로 ‘건강매점’이다.

건강매점은 청소년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서울시가 2009년 본격 도입했다. 건강매점에선 과일과 흰 우유, 과채류 주스 등 건강식품이 판매된다. 반면 컵라면이나 탄산음료 같은 고열량·저영양 식품 판매는 금지된다. 현재 서울시내 26개 중고교가 운영 중이다. 올해는 37개교까지 확대될 계획.

건강매점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송 양은 “어떤 음식이든 믿고 먹을 수 있어 좋다. 하지만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고 식품 종류가 적은 건 아쉽다”면서 “그래서인지 야자(야간자율학습)가 시작되기 전 학교 밖 편의점에서 과자나 컵라면을 사먹고 오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매점을 대체한 교내 편의점 운영이 일부 학교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위생적인 시설과 식품 관리가 용이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교내 편의점도 건강매점처럼 고열량·저영양 식품은 팔지 않는다. 정찰제로 판매되는 교내 편의점은 고교생의 가격부담을 덜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한 예로 서울 하나고 내 편의점은 365일 할인·증정 행사를 진행한다. 또 3000원 이상의 식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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