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식 역사교육 ‘우수사례’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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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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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박정희시대 노동자 사례로… ‘노동계층 착취’ 공통점 서술유도

한국사 교과서의 편향성에 대한 비판이 이는 가운데 교사들의 수업도 편향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보가 올해 초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제10회 참교육실천대회 역사교육 분과 자료집을 입수해 전문가에게 검토를 의뢰한 결과, 편향적이거나 한국사를 부정적으로만 서술한 학습자료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전교조 역사교육 분과 토론 주제는 ‘일제강점기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였다. 자료집에는 전교조 역사 교사들의 일제강점기에 대한 ‘우수 교육 사례’가 담겨 있다.

○ “일제와 박정희시대의 공통점은 수탈과 착취?”


한 전교조 교사는 일제강점기 노동자에 대한 수업 사례를 발표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에게 학습 자료로 영국 산업혁명 초기의 노동자 착취 사례와 일제강점기의 노동자 사례, 1970년대 박정희 시대의 노동자 사례를 차례로 제시했다. 그런 뒤 ‘세 시대의 노동자 삶에서 공통점을 찾아 서술하라’는 문제를 냈다.

또 휴일에도 제대로 쉬기 어렵다는 오늘날 공장 노동자들의 사례를 보여준 뒤 ‘지금까지 살펴본 식민지적 속성과의 유사점을 찾아 발표하라’고 했다.

이 교사는 이 같은 내용의 수업을 준비한 이유에 대해 “수탈과 착취가 식민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며 “현대 자본증식 과정은 식민지 시기와 별반 차이가 없다. 국내 자본가들은 경제적 약자를 수탈하며 자본을 축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단순 비교는 학생들에게 국가 체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심어줄 뿐 교육적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혁명 초기의 영국과 1970년대 한국에 대한 충분한 연구 없이 성급하게 공통점을 추출한다면 역사적 배경을 무시할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 노동자의 임금수준이 계속 올라갔고 복지도 향상되는 등 단시간에 노동 환경이 개선된 부분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편향된 교육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교조 교사는 생활 속의 일제 잔재를 주제로 한 수업 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우리 언어와 놀이, 노래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에도 일제 잔재가 있다며 참고 자료를 통해 “석차를 매기는 상대평가 방식도 일제의 잔재”라고 주장했다. 석차를 매기는 일은 개항 이전의 서당과 같은 전통 교육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자료는 “일제강점기에 상대평가가 이뤄진 것은 학력주의 사회의 진전과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대 이후 교육 시스템과 서당 같은 전근대적 교육 방식을 단순 비교한 뒤 일제의 잔재를 찾아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한 대학교수는 “상대평가를 하는 나라가 모두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상대평가에 대한 전교조의 부정적 시각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 편향된 역사 연표 제시


전교조 교사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전국역사교사모임(전역모)’은 지난달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맞춘 교사용 지침서인 ‘중학역사 배움책’을 펴내 교사들에게 배포했다. 이 책에도 편향성이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나의 역사 써보기’ 단원에서는 학생 스스로 ‘나의 역사 연표’를 만들어보도록 하고 있다. 배움책은 학생이 자라는 동안 국내외에서 발생한 사건을 알아볼 수 있도록 최근 14년간의 사건들을 연표로 제시했다.

연표는 2002년 ‘미선이 효순이 사건’, 2004년 ‘이라크 파병’, 2009년 ‘4대강 공사 시작’ 등을 국내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꼽고 있다.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학생 눈높이에 맞춘 관심 사건이 아니라 전교조와 같이 특정 이념 성향을 가진 집단의 관심사를 주로 제시하고 있다”며 “국가에 대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사건 위주로 언급됐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역사와 특정 사건을 같이 기억하도록 하는 이런 방법은 더욱 주입 강도가 높아 바람직하지 않다”며 “학생 스스로 의미 있는 사건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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