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끝난 신약 값 30% 인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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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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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재정 안정화 대책

특허가 끝난 신약의 약값을 30% 인하하고 복제약은 신약의 50%까지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선진국 수준으로 약가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5월 발표할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대책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24일 말했다.

복지부는 23일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서도 약가 인하 방침을 보고했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국무위원은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가 약가를 더 인하하려는 이유는 약제비를 줄이지 않고는 건보 재정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은 건보 지출 가운데 약제비 비중이 29.3%(2010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6%)보다 1.7배 많다.

약제비는 지난해 12조8000억 원으로 2000년 의약분업 실시 이후 8배 늘었다.
▼ 항암제 ‘넥사바’ 특허만료뒤 30% 인하땐 환자부담금 한알 1만1468원→8027원 ▼

약효를 재평가해 건강보험 적용 목록에서 제외하거나 병의원이 제약사로부터 의약품을 싸게 사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를 잇달아 도입했으나 약제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 약제비 비중 OECD 최고 수준


약제비 절감 대책은 두 가지다. 신약과 복제약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방안과 약사 조제료를 깎는 방안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약가 20%가 인하된다. 첫 번째 건보 대상으로 처음 등재되는 복제약은 신약의 최대 68%까지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앞으로는 신약 약가를 30% 인하하고 복제약은 최대 50%까지만 받도록 바꿀 방침이다.

예를 들어 간암치료에 쓰는 항암제 ‘넥사바’는 현재 약값이 한 알에 2만2937원이다. 이 가운데 본인부담금은 1만1468원(50%). 보통 하루 네 번 복용하므로 한 달 치를 처방받는다면 환자는 137만6160원(조제료 제외)을 부담해야 한다.

특허만료 뒤에 넥사바 약값을 30% 인하하면 한 알에 1만6055원이 된다. 환자 본인부담금은 한 알에 8027원으로 줄어든다. 하루에 네 알씩, 한 달을 복용하면 96만3240원으로 전보다 41만 원 정도 덜 든다.

전문가들은 약가 인하 방안으로 건보 지출이 연간 7000억∼1조2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별도로 다음 달 초 열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안건에는 약사 조제료 인하안이 포함돼 있다. 투약일수가 8∼14일이면 8일, 15∼30일이면 15일로 묶어 조제료를 달리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약지도료 역시 50% 줄일 방침이다.

현재는 한 달 치 약을 봉투 30개에 나눠서 주든, 병이나 팩으로 한꺼번에 주든 약사 조제료는 똑같이 9560원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만성질환자의 경우 약사에게서 매번 복약지도를 받을 필요가 없고, 병이나 팩으로 나오는 약이 많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조제료 계산법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 약제비 대책 왜 나왔다.


약가 인하 정책은 정부가 건보 재정을 절감하려고 꺼내든 마지막 카드다. 올해 건보 적자가 5000억 원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절감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 영상장비 수가 합리화 방안을 5월부터 시행해 컴퓨터단층촬영(CT)은 15%,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는 30%,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은 16%를 인하한다. 9월부터는 감기 환자가 대형병원을 이용할 때 약값 부담이 늘어난다. 의료계에서는 ‘마른 수건을 쥐어짠다’는 불만마저 터져나올 정도다.

재정절감 대책은 이제 약계와 제약사로 향하게 됐다. 복제약값이 다른 나라보다 너무 높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에서 특허가 만료된 뒤에 처음 나오는 복제약값은 신약의 68%로 프랑스(50%) 오스트리아(52%) 이탈리아(55%) 네덜란드(60%)보다 비싸다.

일본만 70% 수준으로 한국과 비슷할 뿐 미국과 대만을 제외하면 한국의 약값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복제약값이 높으니 수십 개 제약사가 담합해서 같은 날 보험적용 신청을 하는 사례도 있다.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의약품도 1만4129개로 외국의 4∼7배다. 약효가 비슷비슷한 복제약이 쏟아지면서 제약사는 의사처방을 받기 위해 리베이트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약가 인하안이 얼마나 탄력을 받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감사원은 2008년 8월 신약의 특허가 만료된 후에도 약가를 높게 매기는 방식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복지부는 약가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신약은 10%, 복제약은 50%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약계의 반발과 통상마찰을 우려한 탓에 시행하지 못했다.

보건의료단체에서는 참조가격제를 도입해 소비자에게 약을 선택할 권리를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같은 성분의 약을 대상으로 참조가격을 정하고 이를 넘는 금액은 소비자가 부담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렇게 되면 환자는 참조가격 이하의 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제약사의 약가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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