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사태가 던진 화두 넷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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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개혁목표 못잖게 과정도 중요 ② 능력차이-다양성 배려 필수
③ 국제경쟁력 확보 노력 계속 ④ 여론몰이식 비판은 본질 왜곡

학생들의 잇단 자살로 촉발된 KAIST 사태는 KAIST는 물론이고 우리 교육계와 사회에 소중한 화두와 시사점을 던졌다.

우선 목적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서 총장은 어떤 일을 할 때 ‘Is it good for KAIST(이것이 KAIST를 위해 좋은 것인가)?’라고 먼저 묻는다고 한다. 테뉴어(정년 보장) 심사제도와 학생 등록금 제도 등 모든 개혁은 이런 물음의 결론이다. 서 총장은 이런 목표들이 정해지자 속도를 내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생 4명의 자살은, 비록 자살과 개혁의 상관관계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과정상의 세심함이 부족했다는 평가와 함께 개혁 자체에 큰 저항을 가져왔다.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배려는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하다.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KAIST 교육제도 개선에 관여했던 한 교수는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고교 출신의 학생들이 입학하는 만큼 능력과 인성의 차이를 충분히 감안한 평가시스템과 수업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인문사회 분야의 전공 학과를 더 만들어 일반 대학처럼 이공계 과목에 흥미를 잃었을 경우 탈출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연자원이 부족해 인적자원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의 형편에 비춰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학생들은 13일 비상총회에서 등록금 문제 등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서 총장에 반대했지만 큰 틀의 개혁은 지지했다.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면서 힘들고 괴롭지만 치열한 국제 경쟁 시대에서 시계를 거꾸로 돌릴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많은 국민도 KAIST의 개혁은 아프지만 계속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쟁점에 대한 논의 방식이 보다 성숙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KAIST 개혁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자살이 개혁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하고 여론몰이식 비판을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이지만 학교의 문제에 대해 냉소적이고 희화적인 비판은 건전한 논의를 왜곡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 인사들이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자 반감이 심해진 나머지 학내 여론이 학교와 총장 지키기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진보 단체 및 인사와 보수 인사의 KAIST 사태 공방이 좌우 이념 대결 양상을 띠면서 논의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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