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 강국이 선진국이다]<1>한반도, 안전지대 아니다 - 쓰나미의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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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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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 얕지만 빠른 쓰나미… 삼척-영덕은 거대 파도 동반”

일본 아키타(秋田) 현 서쪽 활성 오쿠시리(奧尻) 단층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8.0의 강진이 발생하면 한반도에는 1시간 15분 만에 첫 지진해일(쓰나미)이 발생해 1시간 반 정도 지나면 강원도 동해안 일대에도 지진해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활성 단층은 한반도 동해안 일대에 쓰나미가 닥쳐올 위험이 가장 높은 요소로 꼽힌다. 국립방재연구소는 지난해 12월 일본 도호쿠(東北)대의 지진해일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TUNAMI’를 개량해 국내 해저 지형과 해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실험 모델을 만들어 이런 결과를 얻어냈다.

○ 시속 700km로 한반도 덮쳐

오쿠시리 단층 지대에서 규모 8.0의 강진이 발생하면 시속 700km의 속도로 쓰나미가 몰려온다. 쓰나미의 속도는 수심에 비례하기 때문에 내륙으로 다가올수록 줄어들어 해안가에서는 약 70km의 속도를 나타낸다. 동일본 대지진 때 내륙으로 넘어온 쓰나미가 달리는 자동차를 집어삼키는 장면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 준다.

방재연구소가 선정한 동해안 7개 지점 중 속초해수욕장에서 쓰나미가 가장 먼저 발생했다. 지진 발생 1시간 36분 만이었다. 침수 높이는 0.8m로 나타났다. 침수 높이로만 보면 별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 같지만 지진 발생 지점과 위도가 비슷해 전달되는 에너지가 다른 지점보다 강력할 것으로 조사됐다. 강한 에너지가 담긴 쓰나미가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낮은 침수 높이에도 불구하고 대피가 늦을 경우 해안가 피서객의 인명피해가 우려된다고 분석됐다.

삼척항은 속초해수욕장과 같은 시간에 쓰나미가 발생하지만 침수 높이는 3.27m로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앞바다의 최대 파고도 1.7m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 빠른 경보와 신속한 대피가 최우선

한반도에서는 1980년대 이후 두 차례나 일본 지진에 따른 해일이 동해안에서 발생했다. 이번 연구에서 가정한 지진 발생 지점과 같은 아키타 현 해안에서는 1983년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때 울릉도와 강원 삼척지역에서 쓰나미가 발생해 사망 1명, 실종 2명, 부상 2명 등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어선 파손 등 3억7000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도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보다 북쪽인 홋카이도(北海道) 남서외해에서는 1993년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해 일본에서만 240여 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울릉도와 삼척 등에서는 선박 35척이 파손됐다.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태평양 쓰나미 경보센터와 일본 기상청 등의 자료 분석을 거쳐 지진해일 특보가 발령될 때까지 약 15분이 소요된다. 강원 속초시의 경우 경보 발령 5분 이내에 주민 대피방송을 시작할 계획을 세워놓았다. 경보 발령 30분 안에 모든 주민을 대피소로 피신시키는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재 강국이 되기 위해 국민의식 개선과 실전에 준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병하 한국방재협회 회장(전 인하대 교수)은 “지진해일 지도나 댐 붕괴 행동요령 등은 집값 하락이 우려돼 공개조차 하지 못한다”며 “재난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경보 사각지대 없애야

정부는 2009년 국민 100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7%가 한국은 지진 위험이 크지 않다고 인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지진과 지진해일에 대한 표준교재를 올해 9월까지 개발해 초기행동요령을 학생들에게 교육하기로 했다. 지진해일의 경보 시스템은 현재 일본에는 4단계로 나뉘어 있으나 한국은 기상청-방재청과 지자체-사이렌 발령 등 3단계로 압축돼 있다. 하지만 경보 장비가 낡은 데다 인구 5000명 규모의 소도시에는 경보 시스템이 설치되지 않는 등 경보 사각지대가 94곳이나 남아 있는 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올해 36곳에 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내년에는 나머지 58곳에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 한반도 땅속도 ‘스트레스’ 쌓여간다 ▼
日 잦은 지진발생은 한반도 지진 적신호


지질전문가들은 “한반도가 지진 재해가 없는 ‘100% 안전지대’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진은 각각 육지와 바다를 이루는 거대한 ‘지각판’이 서로 미는 힘 때문에 발생한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중심부에 있기 때문에 지각판 경계에 있는 일본과 달리 판과 판이 미는 힘의 영향을 덜 받아왔다. 하지만 일본 대지진처럼 판의 경계에서 계속 지진이 발생해 중심부로 힘이 전달되면 충격이 축적됐다가 대형 지진으로 변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대교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판과 판이 부딪치는 힘이 한반도 밑에 있는 유라시아판으로 계속 전달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이런 것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한반도에서도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에서도 태평양 열도 지역보다는 적지만 크고 작은 지진이 자주 관측되고 있다.

리히터 규모 5.0 이상의 강진도 간헐적으로 발생해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반도에서는 규모 2.0 이상 지진이 총 891회 발생했다. 가장 규모가 컸던 지진은 1980년 1월 8일 평북 의주 삭주에서 발생한 규모 5.3 지진이다. 최근에는 2004년 5월 29일 경북 울진 동쪽 약 80km 해역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계가 발명되기 전인 19세기까지 문헌에 기록된 지진을 분석하면 한반도에는 인명 재산 피해가 발생한 강진(규모 5 이상)이 40여 회 발생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 온조왕 45년(서기 27년) 10월경 지진으로 인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통일신라 혜공왕 15년(서기 779년) 3월경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해 100여 명이 사망했다. 당시 지진은 규모 8 이상으로 추정된다. 고려시대에도 지진이 약 190회 발생했다는 기록이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에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소 이희일 지진연구센터장은 “조선 숙종 7년(1681년) 5월 강원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집과 담벼락이 무너지고 우레 같은 소리가 났다고 왕조실록에 기록돼 있다”며 “이 정도면 규모 7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지진뿐 아니라 지진해일(쓰나미) 재해도 있었다. 1983년 5월 26일 일본 혼슈(本州) 아키타(秋田) 현 서쪽 근해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지진으로 쓰나미가 생겨 동해안 일대에 사망 1명, 실종 2명 등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1993년 7월 12일에도 속초 동북쪽 950km 해상에서 발생한 강진(규모 7.8)으로 쓰나미가 밀어닥쳐 속초항 등에서 10여 척의 어선이 침몰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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