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건설사들 ‘4대강’ 헛물만 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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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기준 도급 4%-하도급 12% 수주에 그쳐10대건설사 절반 따내… 정부의 ‘지역 살리기’ 말뿐

경남 창녕에서 10년째 조경업체를 운영하는 윤모 씨. 그는 지난해 11월 정부로부터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도급을 받은 한 대형건설사가 창녕에서 진행 중인 공사의 하도급업체를 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기대는 3개월 만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윤 씨가 해당 대기업을 찾아가 조경 하도급 참여 의사를 밝히자 “도급 물량이 연 50억 원 이상이 되느냐”고 물었다. 그 조건을 만족하자 “군수 추천장을 받아오라” “공사에 참여할 만한 창녕 소재 업체 20개를 써서 내라” “견적가로 12억 원을 써 내라” 등의 요구가 이어졌다. 이를 다 제출했다. 그러나 결국 입찰 탈락 통보를 받았다.

윤 씨는 “내가 쓴 견적가보다 높은 금액을 쓴 하청업체가 선정된 걸 보니 도급사가 이미 지정해 놓은 협력업체가 내정돼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도급사가 처음에 연간 50억 원 이상의 실적을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창녕 지역 조경업체 중 이 조건을 충족하는 업체는 우리 한 곳뿐”이라며 “몇억 원짜리 공사를 하는 데 굳이 50억 원의 실적을 앞세우는 것부터가 지역 업체에 주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이 4일 국토해양부에서 4대강 살리기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전체 483개 도급사와 975개 하도급사 내용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던 4대강 살리기 사업 공사에 정작 해당 지역 업체는 거의 참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의원이 공사가 진행 중인 해당 지역 업체의 도급 수주 현황(기초자치단체 기준)을 금액 단위로 분석한 결과 전체 8조3430억 원 중 4.2%인 3493억 원만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도급도 전체 3조5602억 원 중 12.5%인 4452억 원만 해당 지역 업체가 수주했다.

수도권의 대형 건설사가 대부분의 건설 수주를 따내 실제 지역 건설경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사실로 드러났다. 10대 건설사가 수주한 금액은 전체 도급대표사 수주금액의 48.3%인 2조1383억 원에 이르렀다. 10대 건설사의 건당 수주액은 1069억 원으로 평균 도급대표사의 건당 수주금액 289억 원보다 3.5배 이상 많았다.

조 의원은 “정부가 지역 기업에 기대감만 잔뜩 불어넣고는 실제로는 철저히 외면해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실망이 크다”면서 “4대강 공사의 업체 배정을 놓고 볼 때 정부에 지역균형 발전에 대한 의지와 철학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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