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본사 이전, 영호남 전면전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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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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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껴안고 죽을지언정 우리 몫 절대 포기못해”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영남 내부의 갈등이 치유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 문제가 지역갈등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정치적으로 폭발성이 더 큰 영호남 갈등이다.

최근 신공항 무산에 따른 영남 민심 무마용으로 LH 본사가 영남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일부에서 제기되자 전북도가 발끈하고 나섰다. 텃밭인 전북의 압박에 민주당도 4일 ‘분산 배치’ 안을 당론으로 정해 지역 갈등은 정치 쟁점으로 확전되고 있다.

LH 본사 이전 문제는 두 지방자치단체의 도지사까지 나서 “LH 본사를 껴안고 죽을지언정 우리 몫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나서는 등 경남과 전북이 첨예하게 맞선 문제다. 당초 노무현 정부는 혁신도시계획을 세우면서 대한주택공사는 경남 진주에, 한국토지공사는 전북 전주에 각각 이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2009년 주공과 토공이 LH로 통합하면서 영호남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경남도 측은 통합 전 주공이 토공보다 1.5배 컸던 만큼 사장과 본사가 전부 진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전주는 지역균형발전의 취지에 따라 사장과 기획부서 등 인력의 24%는 전주에, 나머지 사업부서는 진주에 두는 ‘분산 배치’를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의 대립도 팽팽하다. LH가 속해 있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한나라당 간사인 최구식 의원(경남 진주갑)은 LH 본사 이전 대상지가 지역구다. 민주당 간사인 최규성 의원의 지역구(전북 김제-완주)는 이전 대상지(전주)에 인접해 있다. LH 본사를 유치하라는 특명을 받고 간사로 임명된 만큼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정부와 LH는 손을 놓고 있다. LH 본사 이전 문제를 결정할 지역발전위원회는 5개월째 위원장이 공석이다가 최근에야 선임됐다. 이달에 2기 지역위의 민간 위원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경남도와 전북도 행정부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LH 본사 지방이전 협의회’를 열어 논의를 재개할 방침이지만 뾰족한 묘수를 찾기 어려운 상태다.

당사자인 LH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지송 LH 사장은 “회사가 죽느냐 사느냐의 상황에서 본사 이전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어떤 식으로 결정되더라도 따르겠지만 어렵게 통합한 회사의 본사를 다시 나눠 옮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두 지자체는 지방세 증가와 인구 유입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본사 이전 문제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견해다. 하지만 통합 이후 구조조정으로 본사 인원이 과거 두 회사의 절반인 1500명으로 줄면서 경제적인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오히려 지역 대립 격화에 따른 갈등비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LH 본사 이전 문제가 정치논리에 휘둘려 결정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신공항 문제 등과 결부시키지 말고 원칙에 따라 양쪽 가운데 하나로 가야 한다”며 “건설산업 육성, 지역발전 등 경제적 관점에서 어디로 가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냉철하게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무조건 한쪽으로 밀어주거나 똑같이 쪼개는 방식 외에 한국전력처럼 본사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영호남에 권역별 대표본부를 두는 방식 등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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