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암각화 vs 물’ 현명한 결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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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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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 기자
정재락 기자
“미래 물 부족을 핑계로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가 최근 울산지역 한 일간지에 이틀 연속으로 쓴 기고문의 핵심 내용이다. 연간 8개월 이상 침수돼 훼손이 빠르게 진행되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 방안을 제시한 것. 이 암각화는 1965년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 때문에 물에 잠겨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는 선사시대 바위그림.

사연댐 수위를 현재 60m에서 52m로 낮추면 암각화가 침수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수위부터 낮춰 암각화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정 전 대표 주장이다. 이는 “물 확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수위를 낮출 수 없다”는 울산시 주장과 배치된다. 수위를 낮추면 식수가 부족하다는 것.

정 전 대표는 “겨울 가뭄으로 요즘 반구대 암각화가 모두 드러날 정도로 사연댐 수위가 낮지만 울산시 용수는 부족하지 않다”고 울산시를 압박했다. 정부도 정 전 대표와 비슷한 생각이다. 김황식 국무총리를 수행해 15일 반구대 암각화를 방문한 최광식 문화재청장은 ‘선(先) 수위 조절, 후(後) 물 확보’를 촉구했다.

사연댐 수위를 낮추지 않으면 울산시는 반(反)문화행정을 펴는 자치단체로 몰릴 판이다. 그렇다고 시민 물 문제 역시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암각화는 풍화 직전일 만큼 훼손 상태가 심한 것으로 지난해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 때문에 문화계와 일부 시민은 울산시가 먼저 수위를 낮추는 데 동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도 울산 물 공급 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라”는 목소리가 크다. 그래야 암각화는 ‘물 고문’에서 해방되고 울산도 ‘물 문제’를 해결하는 윈윈 게임이 된다는 것이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평소 “반구대 암각화를 울산시와 울산시민만큼 사랑하는 단체와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번엔 울산시가 세계적인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현명한 결단을 내렸으면 한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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