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 엄마를 위한 선배엄마들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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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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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으로 다독이고 구체적 목표로 슬럼프 떨치게”

《“아이보다 더 떨려요. 막막하기도 하고요….” 자녀의 대학 입시를 앞둔 엄마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고3 자녀와 함께 홍역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까지 시험대에 서는 셈. 첫아이의 수험생활을 지켜보며 불안해하는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건 ‘선배 수험생 부모’의 조언이다. 김영미 씨(44·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와 홍희정 씨(46·강남구 청담동)가 노하우를 찾아 나섰다. 자녀를 서울대 전기공학부(정시)와 서울대 사회과학계열(수시)에 보낸 박우옥 씨(53·마포구 신공덕동), 최은경 씨(51·강남구 일원동)가 도움을 줬다. 네 엄마는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아이가 고3이 되니 엄마가 더 떨리고 뭘 해줘야 할지 걱정된다”는 김영미(왼쪽) 홍희정 씨(오른쪽)에게 박우옥(왼쪽에서 두 번째) 최은경 씨는 “아이에게 항상 관심을 가지되 조바심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아이가 고3이 되니 엄마가 더 떨리고 뭘 해줘야 할지 걱정된다”는 김영미(왼쪽) 홍희정 씨(오른쪽)에게 박우옥(왼쪽에서 두 번째) 최은경 씨는 “아이에게 항상 관심을 가지되 조바심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뚜렷한 목표부터 세워야

김영미 씨=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고3의 무게가 힘들게 느껴진다. 엄마도 힘들다.

최은경 씨=엄마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엄마가 불안해하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다달이 모의고사를 볼 텐데 성적이 들쑥날쑥할 수 있다. 그때마다 다그치거나 학원을 바꾸려들지 말고 의연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우옥 씨=우리는 컴퓨터게임을 못 하게 하느라 신경전을 벌였다. 그런데 칭찬이 약이더라. 주위 사람 모두 아이를 격려해주는 분위기 덕분에 아이가 알아서 책상 앞에 앉곤 했다.

홍희정 씨=당장 잠을 줄여야 하는지도 고민거리다. 아이가 잠이 많다.

=개인차가 있어서 본인 리듬에 맞추는 게 좋다. 우리 애도 고3이 되면서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걸 시도해봤는데 안 됐다. 평소처럼 오전 1시쯤부터 6시간씩 충분히 잤다.

=잠은 충분히 자야 집중할 수 있다. 여름이 되면 체력이 떨어진다. 기분 좋게 아침은 꼭 먹고 가도록 하고 비타민과 홍삼을 챙겨줬다. 처음엔 잘 안 먹으려 하던 아이도 몇 달 지나면 힘드니까 스스로 영양제를 찾는다고 하더라.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슬럼프가 왔을 때 견뎌낼 수 있다. 보통 6월부터 힘들어한다. 욕심내지 말고 “몇 달 후면 대학에 다닐 텐데 얼마나 근사하겠니”라는 식으로 다독일 필요가 있다.

○ 고3은 스케줄 관리가 관건

=사교육을 시킬 시간이 없다. 평일에는 학교에서 자율학습하다가 밤 12시에나 집에 오니까. 주말에 10시간씩 몰아서 학원 수업을 듣고 있는데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다.

=고3 때는 오히려 사교육을 줄였다. 대치동에서 학교를 보내다 보니 사교육 유혹이 많았는데, 아들이 학원은 되도록 안 가려 했다. 고3은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한 시기다. 평일에는 혼자 공부하고 주말에 수학과 언어를 학원 수업으로 보충했다. 학원은 혼자 공부하다 막힌 부분을 풀기 위한 수단으로 토·일요일 두 시간씩만 할애했다.

=과외를 시켜야 한다는 주위 얘기를 듣다 보니 많이 흔들렸다. 우리 아이도 스스로 공부했다. 일주일 단위로 스케줄을 짜는 게 중요하다. 매일 그날의 목표량을 지키게 하고 칭찬해주는 방식으로 옆에서 도와줬다.

=대학 입시에서 ‘스펙’이 별 게 아니다. 자기주도학습 자체가 스펙이 된다. 우리 애가 수시에 합격했는데 수상 실적이 전혀 없었다. 한국사 인증, 한자급수도 없었다. 토플 IBT만 준비했다. 외교 분야를 희망해서 외국어 말하기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에도 앞으로의 목표, 그 목표를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워 공부했고, IBT를 왜 준비했는지를 썼다.

=그래도 좋은 스펙으로 수시에 합격하지 않나.

=아들이 학교에서 전교 2등이었다. 1등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경제경시대회, 한자, 텝스 성적 안 갖춘 게 없어서 그 아이가 안 되면 누가 되겠느냐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수시에서 그 친구는 떨어지고 아들이 됐다. 화려한 스펙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우리 아들 역시 어릴 때부터 목표가 구체적이었다. 점수가 아무리 좋아도 의대가 아닌 공대를 가겠다고 했다. 거기에 맞춰 과학관 체험도 많이 했고 과학영재 교육도 받았다. 이과였는데도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게 한 게 자기주도학습을 할 때 더 수월하지 않았나 싶다.

○ 논술 준비는 신문으로

=논술을 일주일에 한 번씩 준비하는데 대학갈 때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을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논술 준비는 1, 2학년 때 했다. 수능 끝나고 예전 자료를 다시 꺼내 집중적으로 봤다. 3학년 때는 논술 붙잡고 있을 시간이 없다. 준비가 안 돼 있다면 사회과 교과서를 깊이 있게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우리 아이도 공부가 안 된다 싶으면 그런 책을 봤다. 그리고 식사하면서 한 번 훑을 수 있도록 신문 스크랩을 아침마다 해줬다. 읽고 간단하게라도 자기 생각을 한 줄 적게 했다.

=우리도 논술은 신문을 활용했다. 아이가 보든 안 보든 냉장고에 기사를 잘라 붙여 뒀다. 그렇게만 해도 따로 논술 준비를 안 해도 되는 것 같다. 지금 논술할 시간은 없지 않나.

=대학 전형이 정말 다양하다. 학교마다 전형이 다르고 입학사정관 전형에 수시, 정시까지. 어떤 전형을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어떤 전형에 유리한지는 엄마가 제일 잘 안다. 우리 아들은 모의고사 성적이 들쭉날쭉했다. 수능 성적을 예측할 수 없어서 안정적으로 받았던 내신을 활용하려면 수시밖에 없었다. 입시설명회는 안 쫓아 다녔다. 신문에서 목표 대학의 입학처장 얘기를 찾아보면서 핵심이 뭔가를 공부했다. 그런 건 엄마 몫인 것 같다.

=엄마끼리 헤매는 경우가 많다. 일주일에 입시설명회가 몇 개씩 열리는데 가 보면 논술학원에서는 논술이 중요하다고 한다. 다 상술 같다.

=정보 홍수는 경계해야 한다. 학원에서 하는 설명회는 안 권하고 싶다. 그걸 들으면 엄마가 더 초조하게 된다. 대학에서 하는 건 가보는 게 좋다. 목표 대학에 대해서는 잘 파악해야 한다. 홈페이지를 수시로 가보는 식으로. 아이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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