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 애국가-아리랑 ‘3·1절 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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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훈 첫 독도 콘서트


가수 김장훈 씨가 1일 오후 독도에서 가진 콘서트에는 사이버외교사절단인 ‘반크’ 회원을 포함해 국내외 관객 350여 명이 참가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부슬비가 내려 관객들은 우비를 입고 콘서트를 즐겼다. 독도=국경원 스포츠동아 기자 onecut@donga.com
가수 김장훈 씨가 1일 오후 독도에서 가진 콘서트에는 사이버외교사절단인 ‘반크’ 회원을 포함해 국내외 관객 350여 명이 참가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부슬비가 내려 관객들은 우비를 입고 콘서트를 즐겼다. 독도=국경원 스포츠동아 기자 onecut@donga.com
“독도에 접안할 수 있는 날씨가 일 년에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데 3·1절에 이렇게 길이 열리다니…. 계속 말하면 눈물 날 것 같아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1일 오후 3시 20분,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콘서트 무대에 선 가수 김장훈 씨(43)는 목이 메었다. 지난달 28일 새벽 서울을 출발했지만 악천후로 강원 강릉항에서 발이 묶였다가 너울이 이어지는 260km 뱃길을 건너 간신히 밟은 독도 땅이었다. 4시간 동안 배를 타면서 멀미를 이기려고 수면제와 신경안정제까지 먹었다는 김 씨는 배에서 내리자 무릎을 꿇고 “만세!”를 외쳤다.

그는 독도에 상륙하자마자 간이 무대를 뚝딱 만들고 바로 공연에 들어갔다. 대중가수로는 독도에서 처음 가지는 콘서트였다. 먼저 ‘애국가’ 4절을 완창했다. 이어 ‘쇼’ ‘오페라’ ‘난 남자다’를 부르며 특유의 발차기와 열정적 안무를 선보였다. 사물놀이패가 흥을 돋우었다. “첫 곡이 애국가였다면 엔딩곡은 이 곡이어야 한다”며 ‘아리랑’을 부르자 콘서트는 절정에 달했다.

관객들도 열정적으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홍보 전문가로 미국 뉴욕타임스에 독도 광고를 냈던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민간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회원들, 한국대학생자원봉사원정대(V원정대) 대원들, 싸이월드를 통해 추첨으로 초청된 일반인 42명 등 350여 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독도원정대’라고 불렀다.

독도에 관한 영상물을 보고 반크에 가입했다는 모로코인 유네스 엘가스미 씨(23)는 “한국인들의 영토에 대한 관심이 놀랍다”며 ‘오 필승 코리아’를 개사한 ‘오 독도 콘서트’를 따라 불렀다. V원정대 일원으로 참석한 대학생 이시연 씨(24)는 “쉽게 올 수 없는 곳이어서 이번 방문이 더욱 뜻깊다”며 콘서트에 빠져들었다.

이날 행사는 김 씨가 지난해 시작한 ‘독도 페스티벌’ 전국 순회공연의 일부. 2년 전 ‘독도에서 콘서트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떠올렸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서 교수와 3개월간 울릉군과 항만청, 독도경비대, 해양경찰청을 분주히 오갔다. 배도 직접 섭외했다. 원래 지난달 28일 독도에 상륙해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지만 강릉항에 풍랑주의보가 내려 배가 뜨지 못했다.

1일 오전 5시 풍랑주의보가 해제되자 이들은 오전 9시 씨스타호에 올라 독도를 향해 출발했지만 진눈깨비가 흩날려 독도 땅을 밟을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졌고 오후 1시 15분 드디어 독도에 배를 댈 수 있었다.

독도에 처음 와본다는 김 씨는 “이렇게 아름다운 섬을 두고 왜 싸울까”라며 섬과 바다를 번갈아 쳐다봤다. “배 안에서는 멀미가 심해 다신 못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독도와의 첫 기억을 소중한 연인과의 추억처럼 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공연을 무사히 마친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독도 콘서트를 미국의 ‘우드스톡 페스티벌’처럼 규모를 키워 정기적으로 개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행사의 이름은 ‘이스트 시(East Sea) 페스티벌’로 정했다. ‘동해’를 ‘일본해’라고 주장하는 일본과 표기 문제로 논쟁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지은 이름이다.

“전 과학자도, 정치가도 아닌 가수죠. 그래서 음악을 이용해 독도 문제에 문화적으로 접근하고 싶어요. 마돈나 같은 세계적인 가수들을 초청해 페스티벌을 가지면 얼마나 멋질까요. 5년 정도 하면 행사가 자리 잡게 될 거고, 수익금으로 독도 광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김 씨와 이번 행사를 기획한 서 교수도 콘서트를 개최하면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알릴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독도 광고를 내자 일본 정부가 뉴욕타임스에 항의했다고 한다”며 “앞으로 독도 문제를 문화나 관광 차원에서 접근해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독도=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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