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집계 ‘구멍’… 노령연금 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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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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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장례 → 사유지 매장’ 신고 안하면 아무도 몰라

‘병원의 부실한 사망자 명단 보고+장사정보관리시스템의 맹점+연금공단의 속수무책=유령연금 지급.’

동아일보 취재팀이 병원과 정부 등이 운영하는 사망자 관리시스템을 긴급 점검한 결과다.

국민연금 수령자가 사망한 후 86개월간 유령연금이 지급된 이유 중 하나가 행정관청의 부실한 관리체계다. 사망자 관리의 기본이 되는 자료는 읍면동사무소에 유족 혹은 대리인이 하는 신고. 이때 의사의 사망진단서 또는 검안서를 제출한다. 진단서가 없을 경우 2인 이상의 인우 보증서를 첨부해야 한다. 유족들이 사망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과 공립묘지관리소 등은 보완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하지만 명단이 누락될 구멍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 병원과 구청의 연계시스템 허점


서울 은평구청은 지난해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중 4명에게 사망 뒤에도 연금을 지급해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미신고에 따른 유령연금 수급이었다.

평소 구청은 서울장묘사업소로부터 매장지와 화장터 자료를 통해 사망자 확인을 해왔지만 여기에서 이들의 명단은 걸러지지 않았다. 유령 수급자 4명은 다행히 병원이 입력한 자료에서 나왔다.

하지만 병원 자료도 정확하지만은 않았다. 은평구청에서 병원 자료를 확인한 결과 이 병원은 살아 있는 사람 2명을 사망했다고 통보한 일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e하늘종합장사정보시스템의 맹점


보건복지부는 사망자 관리를 위해 올 1월부터 e하늘종합장사정보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전국의 매장지와 화장터 및 장례식장으로부터 명단을 받아 확인하게 한 것이다.

이 중 화장터는 예약을 할 때 실명 인증을 하도록 해 유족 정보가 명확하게 확인된다. 그러나 매장지는 사정이 다르다. 공설묘지나 법인묘지는 장묘사업소나 e하늘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묘지가 개인 소유지이거나 관리인이 없을 경우에는 사망자 명단을 찾기 어렵다. 유족이 반드시 알려야 할 의무도 없다.

유족들이 병원에서 사망진단서를 받지 않고 사설 장례식장으로 직행할 경우에도 명단은 사각지대에 빠진다. 경북 문경시의 한 사설장례식장 관리인은 “사망자 명단을 따로 동사무소에 넘기지 않는다. 신고는 가족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 연금공단도 속수무책


국민연금공단은 복지부의 사회통합관리망인 ‘행복e음시스템’과 행정안전부의 취합자료를 이용해 사망자를 확인한다. 모두 읍면동사무소의 신고와 연계된 시스템이다.

연금공단도 신고되지 않은 사망자를 파악하기 위해 e하늘종합장사정보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연금공단은 개인정보에 속하는 사망 관련 정보를 직접 조사할 권한이 없다. 공단 관계자는 “유령 수급자로 의심되면 방문 조사를 하지만 지금 인력으로는 자택에서 자연사한 뒤 사유지에 매장된 연금 수급자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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