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 활극사건 파문… ‘시의원 파워’ 얼마나 세기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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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비품비 등…
작지만 실질적 예산권 눈밖에 나면 업무는 커녕 승진길 막혀

이숙정 민주노동당 성남시의원(36·여)의 주민센터 활극사건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자연스럽게 광역 및 기초 의원의 권한과 위상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동영상과 함께 퍼져 국민적 공분을 샀지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 알려지지 않은 지방의원의 횡포와 권한 남용은 훨씬 더 심하다는 것이 일선 공무원들의 하소연. 지방의원의 힘은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업무와 사업에 대한 조례제정권과 심의 및 예산삭감 권한을 갖는 데서 나온다.

일선 학교 교장이나 시도교육청 직원들의 주 로비대상도 바로 이들이다. 학교별로 체육시설비, 운동장 보수비, 각종 비품비 등 작지만 실질적인 돈을 배정해 주는 역할을 이들이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위원 15명은 의정운영공통경비로 백화점에서 거위털 잠바 15벌을 488만 원에 단체 구입해 비난을 받았다. 현장을 찾을 때 단체복으로 입는다는 명목이었지만 이 사실이 알려질 때까지 20여 일간 현장 방문은 없었다.

또 지난해 12월 경기도의원 전체가 스마트폰을 사겠다면서 예산 9200만 원을 세웠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뒤늦게 번복했다. 술에 취한 시의원이 지역구 동장의 뺨을 때린 사례, 지역행사에서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다거나 좌석을 마련해주지 않았다며 공식석상에서 행패를 부린 일도 비일비재하다.

일선 공무원들은 “사실상 시장 다음 가는 권한과 파워를 갖고 있다”며 “상임위 의원한테 잘못 보이는 날이면 승진은 물론이고 해당 의원의 임기 동안 제대로 업무를 추진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한다. 특히 사업권이 집중돼 있는 도시 및 주택, 건설 분야를 맡고 있는 상임위 의원은 소속 공무원뿐만 아니라 지역 사업자들도 무시하지 못할 존재다.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씩 들어가는 대형 사업은 도시주택 관련 상임위원에게 눈도장을 찍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사업이 중단되고 파산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만큼 이름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해당 지역에서는 국회의원 못지않은 파워를 갖고 자치단체와 지역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연봉은 5000만∼7000만 원대. 이들은 시도의회 건물에 개인사무실이 있고, 일부 건물 중에는 전용헬스장을 갖춘 곳도 있다. 공무원 임금은 수년째 동결됐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천 연수구가 지난해 2.2%를 인상하는 등 해마다 연봉을 올리고 최근에는 국회의원처럼 보좌관까지 두겠다고 나서고 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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