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첫 발생지’ 가보니]“위생-방역 더 철저히”… 축산농 뼈아픈 교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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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금-책임 싸고 정부와 마찰도

안동시, 영주시, 봉화군 등 경북 북부지역의 구제역 피해 축산농가들 사이에서는 도살처분 보상금 문제와 책임 소재를 놓고 민심이 흉흉했다. 언론과 정부에서 제기된 도살처분 보상금을 둘러싼 축산농가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에 대한 지적을 의식하는 듯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 중 일부는 보상가격이 시세보다 높게 책정된 축산농가도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어떤 주민은 “구제역에 걸리면 ‘로또’에 당첨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구제역 도살처분 규모가 방대해 정부 실사(實査)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축산 농가의 말만 믿고 보상금이 지급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보상금은 시세를 기준으로 하되 구제역 의심증상 발생 후 언제 신고를 했는지, 얼마나 예방에 노력을 기울였는지 등을 평가해 최대 60%까지 깎을 수 있지만 공무원들이 이를 밝혀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도살처분 보상금으로 소는 마리당 평균 500만 원 안팎, 돼지는 30만∼80만 원을 책정하고 1차로 보상금의 50%를 가지급금으로 지급해 지난달 25일 현재 6500억여 원이 집행됐다.

하지만 대다수 중소 축산농가는 모럴해저드 지적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축산농민은 “기업형 축산농가들은 보상금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을지 모르지만 30∼40마리를 키우는 중소 축산농가들은 소, 돼지를 사기 위해 융자받은 빚을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구제역이 종식될 때까지 소나 돼지를 기를 수 없는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보상금으로 손실을 메우기엔 턱없이 모자란다고 주장했다.

한편 안동지역에서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제대로 검역 절차를 밟지 않아 첫 구제역 파동을 불러온 축산업 관계자들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셌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검역 절차를 밟아야 했던 축산 지도자들이 축산농민들을 이끌고 아무 조치 없이 입국한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는 것.

이번 구제역 사태로 앞으로 좀 더 위생적인 관리와 방역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축산농가도 많았다. 작은 축사에 가둬 키우는 지금의 양육형태에서 벗어나 일정 시간은 의무적으로 방목하는 등 축산 방식을 선진화하고 양육장 환경을 청결하게 해야 한다는 자성이 일고 있음을 확인했다. 한우를 키우다 최근 70마리를 도살처분한 경북 안동시 와룡면의 김세호 씨는 “축산업을 한 지 20여 년 만에 이런 일을 처음 겪고 나니 앞으로 방역과 위생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안동=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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