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겨울 한라산은 히말라야와 비슷… 훈련 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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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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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들 동계훈련 한창, 올해 13개팀 230명 신청

동계 산악훈련을 하고 있는 광주전남등산 학교 교육생들이 한라산 장구목 능선을 힘겹게 오른 뒤 파이팅을 외쳤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동계 산악훈련을 하고 있는 광주전남등산 학교 교육생들이 한라산 장구목 능선을 힘겹게 오른 뒤 파이팅을 외쳤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허리까지 ‘푹푹’ 눈에 빠진다. 한발 한발 내딛는 러셀(눈 위에 선두에 서서 길을 만드는 작업)은 힘겹지만 설산을 오르는 기초과정이다. 22일 오전 한라산 해발 1750m의 장구목 능선. 광주전남등산학교에서 원정 온 강사와 교육생 10명이 동계 산악훈련에 한창이다.

불과 30여 m 남긴 정상.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다. 급경사에다 바닥은 빙판으로 변해 불과 3, 4m를 가는 데 30분 이상이 걸렸다. 피켈(괭이, 도끼 등의 역할을 하는 등산장비)로 얼음을 찍어 발끝을 디딜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훈련대원 한 명씩 겨우 능선에 올랐다. 오성개 교장(55·광주전남학생산악연맹 회장)은 “능선에 오른 뒤 다시 설 사면을 내려오는 글리세이딩, 빙벽에서 미끄러지다 멈추는 제동훈련 등을 실시했다”며 “한라산은 눈보라, 눈사태 등에 대비하는 훈련이 가능해 동계 산악훈련지로 국내에서 최고”라고 말했다.

베이스캠프는 해발 1500m의 용진각계곡. 광주전남등산학교 외에도 3개 팀이 훈련캠프를 차렸다. 히말라야 마나슬루(8163m) 등산 도중 사고를 당한 산악인 2명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구성된 ‘자유를 향한 2011 마나슬루 원정대’도 훈련에 돌입했다. 박상수 원정대장(54)은 “시신 수습은 강건한 체력과 동료애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200kg에 이르는 무게를 이동시키는 기술훈련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한라산 정상 일대는 지형뿐만 아니라 강풍이 부는 악천후 등이 히말라야와 비슷하다. 햇빛이 강하거나 날씨가 다소 풀리면 눈사태가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한라산은 국내 산악인들이 해외 원정을 갈 때 한 번은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꼽힌다. 세계적인 산악인인 박영석, 엄홍길 대장 등도 모두 한라산을 거쳐 갔다.

올 동계 산악훈련에는 이달 말까지 13개 팀, 230여 명이 신청했다. 강성보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해당지역 산악연맹 허가를 받은 전문산악인을 중심으로 산악훈련 허가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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