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로스쿨 학술지’ 징계로 전전긍긍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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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재지 취소로 논문 실려도 연구업적 인정 못받아…”

전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부설연구소의 부실한 등재·등재후보지에 대해 한국연구재단이 등재 취소 등 강력한 징계 조치를 내린 뒤 연구 실적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 해당 학술지에는 논문 투고가 급감하는 등 교수 사회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장 타격을 받게 된 연세대 경북대 부산대 영남대 충북대 한국외국어대를 포함해 25개 로스쿨로 구성된 로스쿨협의회는 각 대학의 입장을 취합해 한국연구재단에 공문을 전달할 계획이다.

▶본보 2010년 12월 15일자 A14면 참조
로스쿨 학술지 21개 모두 “등재후보 취소-경고-주의” 처분


경북대 법학연구원은 1월 중순 학술지 ‘법학논고’의 논문을 마감할 예정이다. 예전에는 논문이 15편 정도 들어오면 심사를 거쳐 10편 정도 실었으나 등재후보가 취소된 뒤에는 투고 논문 자체가 줄어 마감까지 10편 정도밖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아 마감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김연 법학연구원장은 “등재지가 아니면 연구 업적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교수들이 투고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재단이 실태조사를 할 때만 해도 대학과 교수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막상 ‘등재 취소’로 논문을 실어도 연구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자 ‘강 건너 불’이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특히 등재(후보) 취소가 된 6곳은 타격이 가장 심하다. 한국외국어대 법학연구소 박영복 소장은 “교수 입장에서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 학술지에 논문을 싣겠느냐”며 “그만큼 논문 싣기가 어려워져 일부 교수는 다른 대학 또는 학회 학술지 쪽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경고·주의 조치만 받은 대학도 반발하고 있다. 자교 투고자의 논문 게재율이 94.2%나 돼 경고를 받은 서울대 로스쿨의 한 교수는 “등재지 신청을 할 때 기준이 아니라 사후에 만든 기준으로 징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교수 사회도 학술지 운영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자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경희대 로스쿨 소재선 교수는 “한국 학술지는 자기들끼리 모여 논문을 내고 비슷한 연구에 안주하는 일종의 ‘동종교배(inbreeding)’ 현상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일부 대학의 학술지는 자기 학교의 논문모음집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교수들도 학술지에 논문을 실으려면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쉽게 논문을 쓰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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