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까지 덮쳐 검은 탄식… 100만 천막촌에도 새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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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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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부터 아이티 현지에 상주하면서 아이티 복구 작업을 돕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구호요원 이재승 씨(왼쪽)가 다른 나라 적십자사 관계자들과 포즈를 취했다. 이 씨는 “아이티가 대지진과 콜레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결국에는 다시 일어설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사진 제공 대한적십자사
지난해 7월부터 아이티 현지에 상주하면서 아이티 복구 작업을 돕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구호요원 이재승 씨(왼쪽)가 다른 나라 적십자사 관계자들과 포즈를 취했다. 이 씨는 “아이티가 대지진과 콜레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결국에는 다시 일어설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사진 제공 대한적십자사
2011년 1월 1일, 세계 각국 적십자 구호요원 200여 명이 모인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천막촌. 대한적십자사 구호요원인 이재승 씨(39)는 어김없이 오전 5시 30분에 눈을 떴다. 샌드위치로 대충 아침 식사를 한 후 콜레라 환자 치료센터로 향했다. 도로 한복판에 타이어가 쌓여 불타고 있었다. 아이티는 지난해 11월 28일 대통령 선거가 끝났는데도 최종 개표 결과를 발표하지 못할 정도로 정국 불안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10월부터는 콜레라가 돌면서 10만 명 넘는 환자가 생겼다.

이 씨는 2일 동아일보와의 국제전화에서 ‘아이티에 희망이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1950년대 부자나라 아이티는 당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한국을 몇 번이나 지원해준 나라”라며 “우리가 조금만 도와주면 이들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월 12일 지진 발생 이후 2월과 5월 아이티로 건너가 복구를 도왔으며, 지난해 7월부터는 아예 현지에 상주하고 있다. 아이티는 지진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폐허 상태다. 이 씨는 “큰 도로는 어느 정도 복구됐지만 도로 안쪽으로 10m만 들어가도 무너진 건물 잔해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주거지 문제. 천막에 사는 이재민이 100만 명에 이르지만 국제단체가 짓는 집은 3000여 채에 불과하다. 이 씨는 “그나마 집을 지으려고 하면 땅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만 서너 명씩 나타난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콜레라는 아이티를 다시 악몽으로 몰아넣었다. 아이티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2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12월 말 현재 콜레라 사망자가 6600명, 환자만 13만 명에 이른다. 이 씨는 “환자와 사망자가 발표된 수치의 3배 이상 될 것이란 얘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구호요원들은 적십자사의 아이티 성금 유용 의혹이 제기돼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국내 일부 언론이 적십자사가 아이티 성금 91억 원 중 66억 원을 정기예금에 묵혀 뒀으며, 구호팀이 아이티 입국 직전 고급 호텔에서 묵었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감사원은 감사 뒤 “예금 예치는 아이티 재건을 위한 중장기 지원계획의 하나로 문제가 없으며, 문제가 된 고급 호텔의 숙박료도 1박에 69달러로 규정(83달러)을 넘지 않는다”고 적십자사에 통보했다. 이 씨는 “오해가 풀려 다행이지만 고생하는 아이티 재건지원단이 비난의 대상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적십자사 구호팀은 이재민들과 마찬가지로 천막생활을 하면서 이탈리아 적십자 직원들이 만들어주는 음식으로 세 끼를 때운다. 이 씨는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고 7개월째 천막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재민들을 생각하면 힘들다는 얘기조차 사치”라고 했다.

앞으로 이 씨는 아이티를 위한 혈액원 건립에 나선다. 환자 진료를 위한 ‘쌀’인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한국과 독일, 스위스 적십자사가 공동으로 혈액원 사업에 나선 것. “희망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하나씩 시작하면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겠죠.” 그는 아이티에서 ‘희망’을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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