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가야산 - 치악산에 골프장 들어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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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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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1996년 ‘건설 금지법’ 이전에 시행허가 받아 올 7월 환경영향평가 제출…주민-환경단체 반발
환경부-국립공원公“법적으론 문제없어” 난감

《“국립공원 안에서 골프를 칠 수 있을까?” 현행 자연공원법에는 ‘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립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산국립공원(경남 합천군 가야면)과 치악산국립공원(강원 원주시 소초면 학곡리)에 골프장이 생길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 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립 추진

골프장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가야산 국립공원(점선). 경관이 좋아 골프장 건립 시 흥행요건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21일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골프장 건설업체인 ‘백운’은 7월 가야산국립공원 내 일부 지역(103만9000여 m²·약 31만4297평)에 골프장을 짓기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후 그 결과를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에 제출했다. 대구환경청은 이달 7일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심의결과를 공원공단에 보냈다. 현행법상 불가능한 일이 어떻게 일어났을까.

‘가야산 국립공원에 1개의 골프장을 설치할 수 있다’는 공원계획이 골프장 설립 금지 규정 발효 이전에 수립됐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자연보존보다는 국립공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주요 과제였다. 이에 따라 1990년 가야산국립공원 계획에 골프장 건설이 반영됐다. 또 1991년 가야건설(현 백운)은 공원공단으로부터 골프장 건립 시행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업체는 자금난과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착공을 못한 채 1998년 시행허가 연장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미 1996년 국립공원 내 골프장을 금지하는 자연공원법 개정안이 발효된 상태였다. 공원공단은 연장허가를 내주지 않아 가야건설은 사업권을 상실했다. 이후 해당 업체와 공원공단의 소송이 이어졌다. 2003년에는 대법원이 환경보전 등을 이유로 연장허가를 불허해 골프장 건립이 중단됐다.

하지만 대표가 바뀐 이 업체는 올해 들어 “2003년 대법원 판결 취지는 공원시설로서 골프장을 없애라는 판결이 아니라 골프장 허가를 연장해달라는 건에 대해 더 연장은 안 된다는 것”이라며 “사업 자체를 불허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야산에 골프장을 조성하기로 한 공원계획은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후 프로골퍼 최경주 선수가 골프장 설계 자문을 맡는다며 상호를 ‘KJ 가야’로 정하는 등 본격적으로 골프장 건립에 들어갔다.

○ 반발도 많아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 공덕동 공원공단 본사 앞에서는 골프장 불허 촉구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을 정도. 골프장 용지 인근 주민들은 “골프장 잔디 관리 때문에 농업용수가 부족해진다”고 반대하고 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등 환경단체들은 “2003년 대법원이 골프장 연장허가를 금지한 이유가 ‘국립공원 내 자연 보존과 생태적 가치’였다”며 “결국 국립공원 내 골프장을 짓지 말란 판결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가야산 사건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그 결과에 따라 국립공원 내 연쇄적으로 골프장이 건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악산국립공원에도 똑같은 사례가 있기 때문. 1991년 부곡컨트리클럽도 치악산 국립공원 내 100만 m²(약 30만2500평)에 골프장 건립 허가를 받았다. 이 업체 역시 사업기간 내 시공을 못해 2001년 허가기간이 만료됐다. 자연공원법 개정안에 따라 골프장 건립이 불가능해지자 부곡컨트리클럽은 공원공단을 상대로 2005년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008년 골프장 건립 사업 착수를 불허했다. 향후 가야산 사태가 어떻게 종결되느냐에 따라 치악산 골프장 사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난감한 환경부와 공원공단

공원공단은 최근 환경영향평가 심의결과를 백운 측에 통보했다. 주된 내용은 △대법원 판결이 국립공원 보호를 강조한 점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 법정보호종의 서식지 등을 이유로 ‘골프장 건립 허가에 부정적’이라는 견해였다. 하지만 사업자는 심의결과에서 지적한 부분을 보완한 후 다시 ‘공원사업시행 허가신청’을 공단에 낼 수 있다. 공원공단은 이를 다시 심의해 최종허가결정을 내려야 한다. 백운 측 관계자는 “기존 입장은 변한 게 없다”며 “어떻게 보완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와 공원공단은 난감해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단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며 “골프장을 금지하는 자연공원법 개정안의 하부 시행령에는 ‘법 개정 이전 공원계획에 반영된 것은 허용한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원공단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상당수 직원들은 “대법원 판결이나 환경영향평가,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큰데 굳이 국립공원 내에 골프장을 지어야 하느냐”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만큼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도 있으니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직원도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립공원 관리방침이 ‘무조건 보존’보다는 ‘공원 내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쪽으로 바뀐 점도 향후 심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원공단 관계자는 “섣불리 판단하기보다는 업체가 보완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그 부분부터 다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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