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무등산에 ‘하서길’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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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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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전남노동위원장 제안 “호남의 대표적인 선비 올해 탄신 500주년 맞아 소쇄원 등 재조해야”

김세곤 씨
김세곤 씨
“호남 성리학의 태두(泰斗)인 하서 선생의 큰 발자취를 살필 수 있도록 ‘하서길’을 새로 지정해 가꾸면 좋겠습니다.” ‘호남선비학’ 연구자로 이름 난 김세곤 전남지방노동위원장(57)은 16일 장성아카데미에서 열린 ‘호남정신의 뿌리를 찾아서-의(義)의 길을 가다’ 강연에서 “올해 하서 탄신 500주년을 맞아 전남도와 장성군에 이같이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1510∼1560) 선생이야말로 영남의 퇴계 이황(退溪 李滉·1501∼1570) 선생에 비견되는 대표적 선비”라며 “그분의 체취와 기상이 서린 ‘하서길’이야말로 호남의 대표적 인문학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안한 ‘하서길’은 하서가 소쇄처사 양산보와 교유하면서 자주 머물며 거닐었던 무등산 자락 소쇄원(전남 담양군 남면)에서 시작된다. 하서는 대숲을 가르는 맑은 바람과 청량한 개울 사이 자리 잡은 정원과 제월당 광풍각 등 아담한 정자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을 돌아본 감회를 연작시 ‘소쇄원 48영(詠)’에 담아 남겼다.

‘하서길’의 출발지인 전남 담양군 남면 소쇄원.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하서길’의 출발지인 전남 담양군 남면 소쇄원. 동아일보 자료 사진
소쇄원에서 무등산 자락을 따라 화순군 동복면으로 넘어가면 하서가 신재 최산두 선생에게서 잠시 수학했던 물염정과 적벽을 만날 수 있다. 하서는 17세 때 평소 술 잘 마신다고 소문난 그를 위해 술 한 통을 가져가 열흘간 ‘초사’를 배운 것으로 전해진다. 다시 담양 쪽으로 돌아 나와 봉산면 면앙정에 들르면 하서와 퇴계의 시가 나란히 옮겨진 편액을 찾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서의 출생지 장성군 황룡면 맥동마을을 찾아 백화정과 통곡대 필암서원, 그의 묘소까지 둘러보면 전체 100km 안팎의 답사를 마칠 수 있다. 중간에 국립광주박물관에 들러 하서의 제자 인종이 세자 시절 스승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담아 직접 그린 ‘인종대왕 묵죽도’를 감상할 수 있다. 바로 옆 광주시립미술관 앞뜰에 자리 잡은 실물 크기의 하서 선생 동상도 둘러볼 만하다.

김 위원장은 10여 년에 걸쳐 주말이면 카메라와 펜을 들고 호남 선비들의 행적을 찾아나서 의리와 충절의 역사를 기록하고 전파해 온 인물로 올 8월 답사서 ‘호남정신의 뿌리를 찾아서’를 내기도 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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