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미달 없다” 서울 자율고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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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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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곳 모두 男高… 과다지정 ‘재앙’… 강남-목동 아닌곳 수요예측 실패

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들이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으며 미달 자율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인근 일반계 고교에 지원하는 학생들도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자율고에서 미달된 인원만큼 해당 지역 일반계고 지원자가 늘어 학급당 학생 수가 늘거나 통학거리가 먼 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성북구 용문고는 정원의 36.5%(166명)밖에 채우지 못해 289명이 정원 미달됐다. 예비 고교생들은 통학거리가 가까운 학교를 선택하는 경향이 커 용문고가 있는 성북구의 일반계고 지원자가 289명 늘어난 셈이 됐다. 남자 고등학교인 용문고의 미달 인원이 선택할 수 있는 성북구 일반계고는 여고를 빼면 5곳. 이 중 2곳은 남녀공학이기 때문에 이 지역의 1학년 학급 수는 총 40개 정도다. 결국 용문고 미달 사태로 이전에 비해 학급당 학생 수가 7명씩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특정 지역만 학급당 학생 수를 늘릴 수는 없기 때문에 용문고 미달 사태로 이 지역 학생들은 더 먼 곳으로 배정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181명이 미달된 강서구 동양고와 147명이 미달된 영등포구 장훈고도 인근에 고교가 많은 편이라 미달 인원이 분산될 수는 있지만 비슷한 피해는 피할 수 없다.

특히 올해 미달된 학교들은 모두 남자 고등학교라는 점과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위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 지역 26개 자율고 중 남고는 19개교, 여고는 3개교이고 남녀공학이 4개교이다. 올해 최초 모집에서 미달된 13개 자율고는 모두 남고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율고 전환 신청을 하는 학교들은 나름대로 지역의 ‘명문고’라고 자부하는 곳들인데 이처럼 역사가 오래된 학교는 대부분 남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고의 미달 우려는 지난해에도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자율고 13곳이 모집을 실시했을 때도 여고가 1곳밖에 없어 여학생 차별 논란과 함께 남고 과다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추가 지정에서도 여고는 2곳밖에 없었다.

교육당국은 지역별 수요 예측에도 실패했다. 올해 추가모집에서도 미달된 곳은 성북, 동대문, 구로, 영등포, 강서 등 이른바 교육 열악 지역이었다. 이에 비해 강남은 3곳이 지정됐지만 모두 정원을 채웠고 2곳이 지정된 양천구 자율고들은 가장 높은 지원율을 기록했다.

용문고의 경우 도보 15분 거리인 대광고, 차로 10분 거리인 경희고가 이미 자율고로 지정된 상태인데도 올해 자율고로 지정됐다. 해당 지역의 경제·교육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자율고가 지나치게 많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문제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학교 측이 자신 있게 신청하는 것을 그런 이유로 거부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현재 전국 자율고는 내년 개교 예정인 인천 하늘고를 포함해 51곳. 서울 지역 외에도 광주 보문고, 군산 중앙고가 미달돼 전체의 29%(15곳)에서 미달 사태가 일어났다. 경쟁률도 낮았다. 대부분이 정원을 간신히 넘긴 가운데 전국적으로 약 1.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미달 사태 이후 “자율고를 2012년까지 100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은 사실상 끝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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