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 함께]2010 결산 전문가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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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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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부부관계 위주 다문화 정책… 이젠 성장기 자녀문제에 초점 맞춰야”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위한 움직임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캄보디아 정부가 캄보디아 여성과 한국 남성의 결혼금지 조치를 취하고 베트남 신부 살해사건이 일어나는 등 부끄러운 사건도 그치지 않은 한 해였다. 올해 ‘LG와 함께하는 동아다문화상’을 제정하고 여성가족부 국가브랜드위원회와 ‘다문화 관련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 동아일보는 그 후속으로 올 한 해 한국의 다문화를 되돌아보는 대담을 마련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와 고선주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나 우리 다문화의 방향에 대해 짚어보았다.

설동훈=올해 7월 부산에서 발생한 베트남 신부 살해사건은 우리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다. 한국에 온 지 일주일 만에 그것도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고선주=패키지형 국제결혼의 제도적 문제점을 반성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설=그러나 잘 살고 있는 다문화가족도 적지 않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고=안타까운 것은 이런 일이 발생할 여지가 늘 존재해왔는데도 이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제결혼 과정에서의 정보 부족, 적응기간 부족, 언어소통의 어려움 등이 압축돼 나타난 것이다.

설=베트남 신부 살해사건의 전조가 있었다. 올해 3월 캄보디아 정부가 자국인과 한국인의 국제결혼을 일시 금지한 것이다. 인신매매에 가까운 한국인의 신붓감 구하기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해체 문제, 다문화가정 남편들의 고령화에 따른 경제 문제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올 한 해 우리 사회의 다문화를 되짚어보고 있는 고선주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장(왼쪽)과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다문화가정의 해체 문제, 다문화가정 남편들의 고령화에 따른 경제 문제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올 한 해 우리 사회의 다문화를 되짚어보고 있는 고선주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장(왼쪽)과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고=서로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제대로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동남아시아 여성과 한국 남성의 결혼 그 자체,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관심에 국한하지 말고 자녀 쪽으로 관심을 옮겨야 한다. 다문화가정 자녀의 60%가 아직 취학 전인데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이들이 잘 커주면 전환기 우리 사회의 인재가 될 수 있지만 적응을 못하면 위험한 주변인이 된다.

설=다문화가정 가족의 생애주기를 잘 살펴야 한다. 고부관계에서 부부관계로, 이제는 자녀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대부분 잘 자라고 있지만 사춘기가 되면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전에 문제를 예방해야 한다.

고=내년엔 우리 사회가 다문화가정의 부모들에게 자녀를 강하게 키우도록 힘을 주었으면 좋겠다. 부모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설=국제결혼 가정의 이혼율이 내국인 가정보다 서너 배 높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는 해체되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 다문화가정의 해체는 빈곤 문제로 이어진다.

고=다문화가정에 대한 (일방적인) 지원은 역차별이란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다문화가정을 다문화만의 시각이 아니라 가족 빈곤문제와 같은 보편적인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다문화가정에 대한 언어교육 지원 등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빈곤 가족해체 등의 문제는 보편적으로 접근하면서 언어와 같은 다문화적인 속성에 대해선 다문화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다.

설=이런 말이 어떨지 모르지만 불법체류 노동자들의 자녀들은 잘사는 편이다. 이들은 돌아가면 신분 상승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고 산다.

고=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자신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

설=다문화가정의 이혼율 증가는 우리 사회의 잠재적인 문제다. 사전에 이를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문화가정 부모가 이혼하면 자녀는 한부모가족이나 조손가족이 된다. 이때는 다문화의 시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한부모가족, 조손가족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고=한국 남성과 이주여성의 나이 차 때문에 남자는 빠르게 노년화한다. 그럴 경우 여성의 경제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경제력이 없다. 이들 다문화가정은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주여성의 취업 문제가 중요한 이유다.

설=결국 다문화정책은 가족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을 단순한 복지수혜자로 내몰지 말고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다문화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의 경계를 무너뜨려야 한다.

고=그 경계를 무너뜨려 다름과 차이를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다문화가족은 우리 사회의 힘이기 때문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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