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학비 2500만원 서울 반포 英사립학교 ‘덜위치칼리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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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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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머릿속 생각에 초점”… 빈 공책에 맘껏 쓰고 그리게

노트북 보며 수업내용 확인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덜위치칼리지 서울영국학교의 한 교실에서 3학년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노트북컴퓨터에서 확인하고 있다. 2명의 담임교사가 15명 안팎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노트북 보며 수업내용 확인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덜위치칼리지 서울영국학교의 한 교실에서 3학년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노트북컴퓨터에서 확인하고 있다. 2명의 담임교사가 15명 안팎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국내 첫 영국식 사립학교, 연간 학비 2500만 원의 귀족학교…. 올해 9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문을 연 ‘덜위치칼리지(Dulwich College) 서울영국학교’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덜위치칼리지는 국내의 낙후된 외국인 자녀 대상 교육환경을 개선해 투자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서울시가 유치한 학교다. 영국 런던에서 출발한 400년 전통의 사립학교로 중국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 쑤저우(蘇州)에 분교를 두고 있다. 서울 학교에는 현재 4∼11세의 27개국 출신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226명이 다니고 있다. 비싼 수업료와 독특한 수업 방식 등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덜위치칼리지를 8일 찾아가 봤다. 교실과 수업현장이 국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운동장과 연결된 교실

이날 지켜본 수업현장은 국내 학교 교실과는 크게 달랐다. 한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은 교실 바닥 카펫에 편한 자세로 앉아있고 담임교사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교사 2명이 1개 반, 15명 안팎의 학생들을 맡는 수업 환경이 여유로워 보였다. 이 학교 이충인 이사는 “영국식 교육은 교과서보다 아이들 생각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며 “아이들에게 공책을 나눠준 뒤 마음껏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직접 구운 과자를 친구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도록 해 셈법을 알려주고 수시로 자작시를 쓰게 해 문법과 어휘를 가르치는 식이다.

옆 반 아이들은 책상 위에 노트북컴퓨터를 한 대씩 펼쳐 놓았다. 산수나 사회, 미술 등을 공부하면서 수시로 노트북을 활용한다. 유해한 웹사이트 접속을 막기 위해 아이들의 인터넷 접속을 실시간 모니터하고 있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교실마다 운동장으로 연결되는 뒷문이 있는 것도 색달랐다. 이 학교 크리스 디마리노 이사는 “아이들을 아이들답게 키우는 최고의 방법은 최대한 많이 뛰어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날씨는 쌀쌀했지만 쉬는시간 30분 동안 전교생들은 운동장으로 뛰어 나가 신나게 놀았다.

○ ‘귀족학교’라는 주장도

덜위치칼리지에 쏠리는 국내의 관심은 상당하다. 웬만한 대학 등록금보다 비싼 수업료 때문에 ‘귀족학교’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날 만난 한 학부모는 “한 달에 230만 원가량을 낸다”며 “하지만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보내도 한 달에 200만 원 넘게 드는데 국내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 “매일 방과후학교에서 무료로 중국어와 오케스트라, 체스 수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원에 따로 보낼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돈을 낸다고 모두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어와 수학은 물론이고 지능지수(IQ), 감성지수(EQ) 평가를 통과해야 입학할 수 있다. 한 학교 관계자는 “개교를 앞두고 총 500명이 지원했지만 이 중 220명만 합격했다”며 “아이가 시험에 떨어진 일부 한국 어머니들이 학교에 찾아왔지만 크게 상심하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교내 한국인 학생 비율도 논란거리 중 하나다. 서울시는 전체 학생 중 한국 학생 비율을 25%로 정했지만 현재 한국 학생은 90여 명으로 40%에 이른다. 서울시의회 김선갑 의원(민주당)은 “평당 3000만 원에 육박하는 이 학교 용지를 서울시에서 50년간 공시지가의 1%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했다”며 “외국인 유치라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귀족학교”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맥쿼리 등 주요 외국계 기업 직원들이 덜위치칼리지를 믿고 서울행을 택하고 있다”며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한국 학생들에게 역차별 아니냐”고 반박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동아논평 : 오바마 교육개혁의 메시지
▲2010년 9월29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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