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전국 초중고 학업성취도 공개]‘학교 알리미’ 성적공개 1475개교 분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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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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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디바이드’ 심각… 고2 ‘보통 이상’ 광주-경기 15.7%P差

《교육과학기술부는 30일 학교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기초학력 미달자’가 줄었다는 데 무게를 뒀다. 2008년부터 전수(全數)조사를 실시한 이후 기초학력 부진 학생 비율이 초등학교는 2008년 2.3%에서 2010년 1.5%, 중학교는 10.2%에서 5.6%, 고등학교는 8.9%에서 4%로 줄었다. 이주호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학력향상 중점학교 학생, EBS 수강 학생, 방과 후 학교 참여 학생들의 학력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학력향상 중점학교 기초학력 부진 학생은 초등학교(43.6%), 중학교(35.3%), 고등학교(42.7%) 모두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학교 정보 공시 사이트인 ‘학교 알리미(www.schoolinfo.go.kr)’에 성적을 공개한 전국 일반계고 1475개교의 시험 결과를 분석한 결과는 교과부의 발표와는 조금 달랐다.

고등학생들은 국어나 수학보다 영어에서 격차가 컸고, 초·중학교에서도 지역 간 차이가 두드러졌다. 서울은 이번에도 강남만 큰소리를 쳤다.

○ 영어 지역별 격차 두드러져

고2 학생 90% 이상이 영어 과목에서 ‘교육 목표의 50% 이상을 이해하고 있다(보통 이상)’고 공시한 학교는 165개교였다. ‘보통 이상’ 비율이 90% 이상인 학교가 각각 277개교와 243개교인 국어와 수학에 비해 크게 적었다. 반면 고2 학생 절반 이상이 ‘기초학력’ 또는 ‘기초미달’에 머문 학교는 영어가 440개교로 국어 190개교, 수학 238개교보다 많았다. 그만큼 학생의 영어 실력차가 크다는 증거이다.

시도별로는 경기지역 고교생 중 영어에서 ‘보통 이상’을 받은 학생은 59.4%에 그쳤다. 국어 영어 수학을 통틀어 ‘보통 이상’ 학생 비율이 60% 미만인 경우는 경기도의 영어 과목뿐이었다. ‘보통 이상’이 가장 높은 광주(75.1%)와의 격차는 15.7%포인트나 됐다.

시군구 중에서는 전남 장성군이 95.4%로 영어에서 ‘보통 이상’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경남 거창군(86.%)과 대구 수성구(86.2%) 등도 ‘보통 이상’ 비율이 80%를 넘었다. 반면 충북 증평군(10,2%), 전북 김제시(18.2%)는 영어에서 ‘보통 이상’ 비율이 20%를 넘지 못했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상임대표는 “영어 실력은 대학 진학뿐 아니라 그 이후 사회생활에도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 중 하나인 만큼 학생들이 골고루 영어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고교생 국어 하락 왜?

고교생의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은 5.9%에서 4.9%로 줄었다. 지난해까지 고1 학생이 보던 시험을 올해는 고2가 봤기 때문에 사실상 시험 응시 집단이 같다. 교과부 발표처럼 학력 신장 정책이 효과를 봤다고 풀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보통 이상’을 보면 사정이 다르다. 수학은 66.3%에서 73.%로 ‘보통 이상’ 비율이 올랐지만 국어는 지난해 88.7%에서 올해 75.5%로 줄었다. 영어도 지난해 67.7%에서 올해 64.3%로 떨어졌다.

국어는 기초미달자 비율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기초미달자 비율이 가장 높았던 서울이 3.7%에서 6.7%로 오른 것을 비롯해 16개 시도 모두 기초미달 학생 비율이 늘었다. 거꾸로 수학은 16개 시도 모두 줄어 기초미달 학생 비율이 10%가 넘는 시도가 한 곳도 없었다. 영어는 오른 곳도 있었고 내려간 곳도 있었다.

이에 대해 성취도평가 출제를 담당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수학보다 국어나 영어가 단기간 학습으로 성취도를 끌어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수학은 문제풀이에 익숙하면 기초미달을 벗어나기가 쉽다. 그러나 언어 능력은 꾸준히 읽고 쓰지 않으면 단기간에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고 풀이했다. 이어 “올해 국어는 주관식 문제 수를 줄이는 대신 서술형 문제를 출제했기 때문에 기초미달자 비율이 늘어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 광주 맑음 vs 서울 흐림

광주지역은 기초학력 부진 학생 비율이 초등학교 때는 1.9%로 가장 높다. 그러나 중학교(4.8%)가 되면 10위로 줄고 고교(1.6%) 때가 되면 전국에서 기초 부진 학생 비율이 가장 적어진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고교에서 저마다 학생의 실력을 끌어올리려 애쓰기 때문에 이 같은 영향이 중학교, 초등학교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은 초등학교에서 기초실력이 부족한 학생 비율이 1.6%로 네 번째로 많다. 중학교 때는 두 번째(7%)가 됐다가 고등학교 때는 6.3%로 가장 많아진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 자체도 많은 데다 이들에 대한 집중 지도를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서울의 기초학력 부진 학생은 국어, 수학, 영어 세 과목을 따로 놓고 보더라도 초등 6학년이 각각 11위(1.3%), 10위(1.2%), 7위(2.1%)였고, 중2는 13위(3.9%), 14위(7.2%), 9위(4.2%)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고2는 각각 6.7%, 6.2%, 6.0%로 모조리 꼴찌였다.

반면 서울 강남지역은 올해도 전국 최상위권이었다. 국어는 강남지역 초등 6학년 학생 중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88.6%로 전국 180개 기초자치단체(지역교육지원청 기준) 중에서 5위를 차지했고 영어는 2위(94.8%), 수학은 4위(88.9%)였다.

서울의 남부와 성북, 성동 등 비선호 학군의 중3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강남보다 최대 30%포인트가량 낮았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최대 5배 정도 높았다. 중3 영어 과목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을 보면 강남은 88.5%였지만 남부는 59.2%에 불과했다.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도 강남은 1.5%였으나 남부는 7.0%로 4.6배 많았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윤석만 기자 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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