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1년간 상담사례’ 발간… 아직도 인권이 낯선 ‘민중의 지팡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수갑 풀어달라’하자 머리채 잡고 발길질… 10시간 조사하면서 물 한모금 안줘…

수사기관과 복지시설 등의 폭행 및 인권침해, 차별행위 사례를 담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상담사례집’이 24일 나왔다. 상담사례 가운데 경찰의 인권침해 행위로 거론된 사례는 조사 과정에서의 고압적 태도, 인신 모욕적 폭언,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이 많았다.

장애인이라고 소개한 한 상담인은 “경찰이 수갑을 채우고 조사실 복도 앞에 세워둬 ‘손이 아프니 수갑을 풀어 달라’고 하자 사복 경찰이 갑자기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가 발길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문화재 절도범으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는 한 상담인은 “경찰이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조사하면서 밥은 고사하고 물 한 모금도 주지 않았고 경찰이 임의로 자백하는 취지의 신문조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한 고졸검정고시학원 강사는 “경찰이 학원을 들락거리며 학생들을 유도신문하고 사건을 만들려 한다. 친구끼리 툭툭 치는 정도의 장난을 구타로 엮어 조사했다”고 상담을 신청했다. 또 다른 상담인은 “동생이 지구대로 연행되면서 경찰이 경찰차와 지구대에서 전기충격기를 20여 차례 사용했다고 하는데 지구대에서 이를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신고했다.

이 밖에 자진출석한 사람을 경찰이 긴급체포한 행위, 영장 없이 머리카락을 채취한 것 등이 적법한 것인지를 문의한 사례도 있었다.

인권위는 이 같은 상담사례를 17가지 항목으로 분석 정리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인권 의제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한편 이와 관련한 결정과 언론보도 내용도 함께 실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받은 인권침해 상담의 기관별 현황에 따르면 복지시설 같은 다수인 보호시설이 3153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찰 2207건 △지방자치단체 741건 △기타 국가기관 660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군 헌병, 기무사령부 등 공권력 기관에 대한 인권침해 상담 내용을 보면 폭행·가혹행위·과도한 총기 장구 사용이 565건으로 가장 많았고 편파·불공정 수사 531건, 과도한 신체검사 같은 인격권 침해 471건 등이었다.

인권위는 상담사례집을 1500부 제작해 국가기관과 경찰, 검찰, 구금시설, 언론사, 지자체, 대학 도서관, 인권시민단체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